• 아시아투데이 로고
[르포] 농작물 생산에 태양광 발전 수익까지…‘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에 가다

[르포] 농작물 생산에 태양광 발전 수익까지…‘영농형 태양광’ 발전소에 가다

기사승인 2022. 09. 04. 12: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 발전소'서 설명회
농지 유지하며 태양광 발전 수익 확보 '일거양득'
"농지법 시행령 개정 및 관련 법안 제정해 활성화 지원해야"
한화
경상남도 함양군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 단지 전경/제공=한화큐셀
지난 1일 방문한 경상남도 함양군 기동마을에서는 조평벼 추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논에 들어서자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된 900평의 농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약 3m 높이로 설치된 태양광 모듈 아래에는 노랗게 잘 익은 벼가 늘어서 있었고, 콤바인은 연신 움직이며 벼를 베어냈다. 이 곳은 벼 농사를 하며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태양광 발전소'였다.

"(영농형태양광을 통해) 농가의 실질수익은 매전수익과 부지임대 수익이 발생합니다. 농작물 생산량은 다소 감소하지만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습니다." 기동마을에서 만난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장은 영농형태양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발전소 수익금으로 마을의 행정업무를 보완하고 복지혜택을 늘려 주민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하 한화큐셀)과 한국에너지공단은 지난 1일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 발전소'(이하 기동마을 발전소)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영농형태양광은 농경지에서 농산물 생산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것을 말한다. 농지에서 농작을 멈추고 발전만 진행하는 일반 농촌 태양광과는 다르다. 모듈의 크기와 배치, 각도 등을 조절해 작물 재배에 적합한 일조량이 공급되게 하면서 남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영농형태양광은 하부 농지에서의 농경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설계, 시공한다. 토질에 영향을 주지 않고 철거가 용이한 구조물을 사용하며 이앙기, 콤바인 등의 농기계가 다닐 수 있도록 3~5m 높이에 모듈을 설치한다.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 발전소에서 농민이 농기계(콤바인)로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 발전소에서 농민이 농기계(콤바인)로 추수를 하고 있다/제공=한화큐셀
기동마을 발전소는 지역 주민으로 이뤄진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농사를 짓기 어려운 노령 농민의 농지를 임대하고 약 100kW(킬로와트) 규모의 영농형태양광 전용 모듈을 설치한 곳이다. 이 발전소는 한국남동발전이 출연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으로 2019년 4월에 준공됐다.

태양광 모듈 설치시 일조량이 줄어드는 만큼 농작물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하다. 실제 기동마을 발전소의 벼 수확량은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기 전보다 약 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농지 임대료와 태양광 소득이 대폭 늘어나면서 농가의 실질 수익은 확대됐다.

실제 기동마을 발전소의 벼농사 수익은 연간 약 250만 원에서 약 168만 원으로 줄었다. 반면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농지 임대료 약 500만 원, 태양광 발전을 통한 매전 수익이 약 3000만 원 가량 발생했다. 기동마을 발전소의 전력 판매 수익금은 마을회관 보수, 공동 CCTV 설치 등을 위한 마을 공동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태양광 설치에 따른 토양 오염 등의 우려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남동발전과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지난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실증 사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한 토양에서 카드뮴과 수은 등 중금속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다른 토양 물질들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지 않은 비교 부지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찰됐다.

영농형태양광은 폭염, 폭우, 냉해 등 악천후에 따른 농작물의 피해를 감소시키는 '그림자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학 영남대학교 교수는 "영농형태양광이 물 증발을 막아 토지의 습도를 유지해 가뭄을 예방할 수 있고, 겨울철에는 추운 공기의 흐름을 막아 냉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영농형태양광이 농촌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 연구팀이 2021년 국내 전력 가격을 기준으로 영농형태양광 발전 수익을 계산한 결과, 100kW 규모의 발전소를 기준으로 연간 787만~1322만 원의 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면적의 농지(약 700평)에서 벼 농사를 지을 경우 기대되는 연간 농경 소득인 약 240만 원의 3~5배 이상에 달한다.

영농형태양광의 활성화는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 및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환경연구원이 2021년 5월에 발표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농지 면적 총 1만5760㎢(약 160만ha)의 5%에만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해도 약 34GW의 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 이는 국내 총 인구의 90%가 넘는 약 4800만 명이 가정에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한화큐셀은 영농형태양광에 최적화된 모듈을 제작, 국내 시범단지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KS인증 중에서도 친환경 고내구성 항목에 대한 추가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한 영농형태양광 모듈 신제품을 출시했다. 또한 함양군 농업기술센터, 울산광역시 울주군 실증단지, 남해군 관당마을 실증단지 등 국내 다양한 실증 단지 등에 영농형태양광 모듈 납품 및 설치를 완료했다.
ㅇㅇ
기동마을 발전소 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제공=한화큐셀
다만 국내에서는 농지법 등 관련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영농형태양광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 하에서는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은 최장 8년에 불과하다. 태양광 발전설비의 수명은 약 25년 이상인데, 8년이 지나면 설비를 철거해야 하는 셈이다.

현재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2021년 11월 영농형태양광을 위한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20년으로 하는 '영농형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 전 해인 2020년 6월에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파주시을)이 같은 내용의 농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또한 2021년 3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시)은 영농형태양광 사업을 하는 농가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농업인 영농형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조합장은 "영농형태양광 사업을 위한 금융 지원책 등을 더욱 늘려 주민들의 편의와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농촌 재생에너지 전환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