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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작은 봉투에 담긴 위험한 면죄부, 노란봉투법

[칼럼] 작은 봉투에 담긴 위험한 면죄부, 노란봉투법

기사승인 2022. 09.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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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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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
2014년, 법원은 쌍용차 불법파업으로 발생한 47억원의 손해에 대해 노조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한 시민이 4만7000원을 넣은 봉투를 언론사에 보낸 것을 시작으로 111일 간 모금운동이 이어져 약 14억7000만원이 모였다. 이른바 '노란봉투' 운동이다.

2022년 9월 15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발의 됐다. 불법 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주내용이다. 이미 2015년 처음 발의 됐다가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연달아 폐기됐던 법안이 이번에 또다시 살아난 것이다. 심지어 야당에서는 노란봉투법을 올 하반기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노란봉투법은 절대로 국회를 통과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불법·과격 노동쟁의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명분도 실리도 없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노란봉투법은 피해자의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다. 이미 대법원은 "민사상 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말미암은 손해에 국한되고,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며,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불법 노동행위에 대한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둘째, 노란봉투법은 한국의 노동문화를 더욱 과격하고 투쟁적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파업에 따른 한국의 근로손실일수는 일본의 200배에 달하고, 지난 5년 간 과격 노동행위로 6.5조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외국의 한 언론에서는 한국을 'strike to death'라며 죽을 때 까지 파업하는 나라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셋째, 불법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법률은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불법행위를 한 가해자와 그로 인한 피해자 중 보호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피해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지 말라'고 명시한 불법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가당착이다. 이럴거면 차라리 과격노동행위를 '합법'이라고 명시하자. 그러면 최소한 법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가겠지만 말이다.

노란봉투법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 죄 없는 기업, 협력업체, 주주, 임직원 등에 그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에 있다. 노조의 불법행위로 인해 한 기업이 마비되면 그 피해는 국가경제 전반으로 확산된다. 이미 화물연대 파업이나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을 통해 우리는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노동문화가 과격화 될수록 전 세계 기업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고 한국경제는 투자 불모지로 전락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 어디에도 노조의 불법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나라는 없다.

노란봉투법은 이미 지난 두 번의 국회에서도 폐기된 전적이 있는 '나쁜 법안'이다. 가뜩이나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시기에 굳이 노조에게만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 주요 '민생과제'로 발의된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법을 잘 지키는 성실한 소시민이지, 불법행위를 자행하는 노조가 아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노조와 기업이 건전하게 대화하는 선진적인 노사문화가 뿌리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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