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화 회현동 소극장 대표 “무대를 원하는 이에게 멍석을 깔아주고 싶어요”

기사승인 2022. 10. 3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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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 김해 회현동 소극장 대표 인터뷰
이정화 대표
이정화 '회현동 소극장' 대표가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허균 기자
회현동 소극장
'회현동 소극장' 무대에서 연기자들이 이정화 대표와 함께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허균 기자
위드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자체의 패스티벌과 문화행사가 기지개를 키고 있다.

문화에 목말랐던 지역민을 위해 지역 공연 예술인들의 움직임도 등달아 빨라지고 있다. 지역민과 예술인들을 위해 공연 준비가 한창인 이정화 '회현동 소극장' 대표를 만났다.

"동포여, 동포여~~~"

"잠시만요, 이 부분 대사는 조금 더 감정을 끌어올리면서 하셔야 해요. 속의 내장을 토해내듯이요."

지난 29일 기자가 찾은 김해시 회현동 소재 '회현동 소극장' 무대에서는 내달 9일 부산 광안리 무대에 오를 탈 퍼포먼스 공연 '산국' 연습이 한창이었다.

출연인은 모두 7명으로 남자 연기자 2명, 여자 연기자가 5명이다. 이들은 이정화 회현동 소극장 대표의 지시에 따라 감정을 불어넣어 대사를 쏟아내는가 하면 힘과 넋을 빼며 읊조리기도 했다.

"잠시 쉬었다가 녹음을 할 겁니다. 녹음을 할 땐 마이크가 자기 앞으로 오면 대사를 하는 거예요. 자, 10분 있다가 녹음 들어가겠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에야 이정화 '회현동 소극장'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회현동 소극장'은 4년 전 극단 대표가 미성년을 성폭한 사건으로 전국에 유명세를 치렀던 곳이다. 당시 극단 대표가 갑자기 구속되는 바람에 이곳은 문이 닫힌 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공간이 됐고 이 공간을 이정화 대표가 세를 얻어 지역 연극인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회현동 소극장'으로 탈바꿈시켰다.

"아휴~ 말도 마세요. 폐기물 처리를 위해 5톤 차량이 10대가 더 동원됐습니다. 무대와 극장 인테리어를 위해 수없이 많은 업체를 만났지만 업체들은 한결같이 폐기물을 처리한 이후에 견적을 내자고 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었죠. 장갑을 끼고 폐기물을 치우기 시작했어요. 지인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어찌저찌 폐기물들을 걷어내고 인테리어 비용도 제법 들어갔어요. 사실 지금도 소극장을 정비하는 일은 '진행 중'입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이혼'이라는 단어도 그때 처음 입에 올렸다"고 했다. 그만큼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2018년 봄 리모델링을 시작해 다음 해인 2019년 8월 '회현동 소극장'의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인형극'으로 시작했다.

온갖 난간을 헤치고 소극장 문을 열긴 했지만 '회현동 소극장'의 앞길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전 세계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은 '코로나19'라는 복병이 이 대표와 회현동 소극장 앞을 가로막았다. 코로나19는 발생한지 만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걸림돌로 남아있다.

이 대표의 노력이 하늘에 닿았는지 지난해 김해 문화재단의 '시민 플러스'라는 공모사업에 도전장을 낸 '화포천 사람들'이 선정되는 행운을 안았다.

자연과 습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화포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연극으로 만든 '화포천 사람들'은 지역 연극 단체인 '극단 진영'과 협업해 지난 3월 진영 한빛도서관 무대에 올랐다.

왜 연고도 없는 곳에서 돈벌이도 되지 않는 소극장을 운영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는데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이들에게 멍석을 깔아주고 싶었다"며 "연극과 공연을 위해 무대가 필요한 사람들의 손을 당겨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공연과 연극을 위해 무대에 오르는 지역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절실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회현동 소극장은 연극과 공연을 위해 무대가 필요한 지역민들에게 공연장을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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