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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처음 전파되기 시작했던 초기, 몇 명 안 되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의 동선을 관리하느라, 개인정보의 보호정책은 건너뛰면서까지 정밀한 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확진자 수자가 동선 관리가 어려운 수만~수십만명으로 급증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공식적인 확진자가 보고되기 이전에도 잠재적 바이러스 보유자들이 많았다는 것이 알려졌다. 소위 무증상 확진자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초기부터 이러한 무증상 확진자의 비율을 예측하고 관리하고 공표하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러한 개념이 알려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사이에 이들이 퍼뜨린 바이러스로 인한 유증상 확진자는 속절없이 늘어만 갔다. 정부는 자발적으로 검사 받는 사람들 중에서 확진자의 규모를 집계해서 발표할 뿐이었다.
확진자의 숫자를 집계해서 알고 있는 것과 관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무증상 확진자와 관련된 전파 규모와 자발적인 유증상 확진자의 규모를 모두 파악하였다면 상당히 정확한 확진자 규모의 예측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병상의 확보나 필요한 의약품의 재고 관리도 예측에 기반해서 여유 있게 관리가 가능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한국처럼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는 이러한 팬데믹의 대처로 전국민의 일괄 관리도 가능했을 것이다. 모든 국민이 매일 자가 검사를 하고 검사한 항원 검사 디바이스를 사진으로 찍어서 정부 인증이 가능한 앱에 올리면 잘 학습된 인공지능이 판독해 주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 역시 한국처럼 4차산업이 일반화된 사회에서 가능한 방법이다.
자가 검사가 판독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남아있는데, 이것도 그간의 사례로 해결이 가능하다. MIT교수인 요시 셰피가 저술한 《뉴 애브노멀》(New Abnormal, 2021)에서 이와 관련한 자료를 기술하였다. 실험실에서 진행하는 PCR검사는 최소 95%의 적중률을 보이지만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하루 정도 걸린다. 이에 반해 개인이 집에서 자가 검사의 경우 15분 정도면 결과를 알 수 있지만 절반 정도가 잘못된 결과를 보인다고 한다.
상황이 그렇더라도 반복적인 검사로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민감도가 50%인 검사를 4번 반복해서 모두 음성의 결과를 보였다면, 결과의 정확도가 94%까지 올라간다. 감염병의 초기 발견은 대확산의 방지에 절대적이다. 전 국민이 코로나 초기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검사를 하고 이러한 국가적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확진자를 관리했더라면 결과는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마스크 대란 이전에 코로나 검사키트 대란이 일어났어야 하지만 초기에는 검사키트의 존재를 아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이제는 모든 국민이 감염병 진단 키트를 집안 상비용으로 비치해야 한다. 물론 국가적인 물량을 제조하고 공급이 가능한지는 재검토해 봐야 한다.
미래에 나타날 다른 종류의 전염병도 검사 가능한 진단키트를 만든다면, 세계시장을 노크해볼 수도 있다. 그 검사 결과 빅데이터를 한국이 확보한다면, 이는 일부 제약업체들이 백신을 독점하고 있는 것과 맞먹는 일이다. 초기에 대응을 잘한다면 확진자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고, 따라서 팬데믹 대응도 크게 수월해질 것이다. 백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일부라도 데이터로 할 수 있다면 이는 4차산업의 살아있는 효과이다.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다음 팬데믹을 상대할 때는 모든 프로세스에 4차산업적인 대응으로 변화시키면, 한국이 이 분야에 큰 경쟁력을 얻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