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오늘, 이 재판!] ‘임금체불’ 노동자들, 원청업자만 고소취하…대법 “하청업자들도 처벌 제외”

[오늘, 이 재판!] ‘임금체불’ 노동자들, 원청업자만 고소취하…대법 “하청업자들도 처벌 제외”

기사승인 2023. 01. 15. 11:3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하수급인' 업체서 체불 발생… 피해 직원들, '상위 수급인'과 합의
1심은 취하서 낸 원청업자만 처벌 안 해…나머지 업자들에 벌금 300만원
"다른 업자에도 취하 의사 적용" 2심, 벌금 감경…대법도 원심 확정
대법원3
대법원 /박성일 기자
복수의 단계를 거쳐 이뤄지는 이른바 '순차 하도급' 관계에서 임금체불을 당한 하청업체 직원들이 특정 사업주와 합의 후 고소를 취하했으면 나머지 사업주를 처벌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임금체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청업체 대표 A씨 등의 상고심에서 피해 노동자들이 한 '처벌 불희망(불원) 의사표시'에 따라 공소를 일부 기각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고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하수급인)는 2014년 플랜트 제조업체의 닥트공사를 재하청 받은 하도급업체를 운영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B씨(직상 수급인)는 원청사인 플랜트 제조업체 대표 C씨(상위 수급인)에게 도급 받았다.

문제는 말단 하청업체 대표 A씨가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 17명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빚어졌다. A씨는 해당 직원들이 임금 지급 기일 연장에 대한 별도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44조(도급 사업에 대한 임금 지급)에 따르면 순차 하도급 시 하수급인(A씨)이 직상 수급인(B씨)의 귀책 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해 책임져야 한다. 다만 직상 수급인의 귀책 사유가 상위 수급인(C씨)의 귀책사유에 의해 발생한 경우는 상위 수급인도 연대해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C씨는 기소돼 1심 재판을 하던 중 피해 노동자 17명 중 13명과 체불 임금을 주기로 합의했고, 이들은 C씨에 대한 고소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C씨 혐의 중 고소취하를 하지 않은 노동자 3명의 임금체불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는 공소기각 결정했다. 다만 1심은 C씨와 합의한 노동자들이 A, B씨에 대한 처벌 불원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A, B씨에게 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 B씨에 대한 벌금액을 1심보다 경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C씨에 대한 13명의 처벌 불원 의사표시를 하청업체 대표들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항소심은 A, B씨의 형량을 각 벌금 100만원으로 낮췄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상위 수급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철회하는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하수급인이나 직장 수급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표시도 포함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하수급인과 직장 수급인을 배제한 채 오로지 상위 수급인에 대해서만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했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이 경우 처벌 불원 의사표시를 한 경위와 의사표시에서 하청업자들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는지, 상위 수급인의 변제 등을 통해 임금 지급이 어느 정도 이행됐는지 등을 참작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위 수급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근로자의 의사표시가 있을 경우 여기에 직장 수급인과 하수급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가 포함돼 있는지 판단하는 의사 해석의 기준을 제시한 첫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