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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입법, 심의·표결권 침해…법 효력은 유지”

“검수완박 입법, 심의·표결권 침해…법 효력은 유지”

기사승인 2023. 03. 2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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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국힘 권한쟁의 일부 인용
법무부·검찰 무효청구는 '기각'
헌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선고<YONHAP NO-3839>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연합
헌법재판소(헌재)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일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는 기각하면서 법안 효력은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헌재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과 관련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일부 인용 결정했다. 헌재는 법안 통과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이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었고,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다고 봤다.

이어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아 국회법 및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한 사실을 알고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했다는 것이다.

다만 헌재는 국민의힘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침해확인 청구 및 법률안 가결선포행위 무효확인 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짧은 회기를 금지하는 관련 규정이 없어 위헌·위법하다고 볼 수 없고, 법사위에서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 하더라고 본회의에서는 적법하게 의사절차가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헌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 대해서도 '5대 4' 의견으로 각하했다. 헌재는 검사가 검수완박법에 영향을 받는 만큼 권한쟁의에 대한 당사자 적격은 인정했지만 수사권·소추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 한 장관에 대해서는 당사자 적격이 없다고 봤다.

아울러 검사들의 청구에 대해선 검수완박법이 수사권·소추권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법률을 개정한 것이어서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헌법상 기능적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검수완박' 입법은) 절차와 내용 모두에 있어 헌법상 한계를 일탈해 국가기관 상호간 협력과 통제의 관계를 광범위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검수완박' 입법 행위를 취소해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헌재가 '검수완박' 법률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면서 법조계에서는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헌재가 입법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만큼 정치권에서 검찰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헌재가 '정치적 파장'이 커질 것을 대비해 다소 소극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지적도 있다. 정당 대변인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안 통과 과정이 위법하다면 위법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법안 역시 위법한 것으로 봐야 하지만 법안 자체를 무력화하면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것같다"고 전했다.

헌재 결정에 여당과 검찰은 한목소리로 유감을 표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황당한 궤변의 극치"라며 "음주하고 운전했는데 음주운전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는 이런 해괴망측한 논리가 어디 있나. 헌재가 아니라 정치재판소 같아보인다"고 직격했다.

대검찰청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회 입법행위의 절차에 있어 위헌·위법성이 있음을 헌재에서 확인해 준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직결된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실질적 본안 판단 없이 각하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 장관은 "헌재 결론에 공감하기 어렵다"며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헌법적인 질문에 대해 실질적인 답을 듣지 못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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