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범운영하려던 교육전문대학원 사실상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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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1일 참고자료를 통해 "교육전문대학원 시범운영 방안 논의를 당분간 유보하되, 시급한 과제인 현 교원양성기관의 커리큘럼 개선과 새로운 교육프로그램 개발 논의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곧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교육계 전반에 걸쳐 반발 기류가 거세지자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연초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교전원을 시범 운영하기로 밝힌 바 있다. 이후 교대생 등 예비교원들의 반발이 지속돼 왔다. 그러다 여기에 지난 17일 당정 협의회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수급 감축 방안이 논의된 것이 알려지면서 교대생뿐 아니라 교원단체와 교육감, 교육대학 총장들까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교원감축과 교전원 운영계획이 맞물려 교육계가 총체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자 교전원 운영 계획을 일단 보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전국 11개 교육대학 총장들로 구성된 전국교원양성대학교총장협의회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교전원 시행 유보를 촉구했다. 협의회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원수급을 감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기계적인 감축 논리"라며 "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담보하는 창발적 방안이 돼야 한다"고 반대했다. 그러면서 교전원 시범 운영을 비롯한 교원양성체제 개편의 일정과 논의 과정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방침은 우리나라의 교육을 '콩나물시루'로 상징됐던 과거 모습에 안주하게 하는 것"이라며 교원 감축 계획을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교육감들은 "정부는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근거로 하여 우리나라의 교원 수가 선진국 수준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교육이 이뤄지는 단위는 학급"이라며 "교원 정원은 학급 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전체 학교의 24.7%가 과밀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교원 정원을 감축하면 과밀학급이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교조도 같은 날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교사결의대회를 열고 "교육에 경제 논리를 앞세워 효율성만을 따지고, 디지털교육과 AI를 활용한 프로그램 개발만을 강조하면 결국 학생의 교육적 성장을 등한시하는 정부의 교육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에 대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면서, 교사정원을 축소하는 정책에 앞장선다면 공교육 내실화를 통한 교육여건 개선은 풀지 못할 숙제로만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교총도 "학생 수 감소만 내세우며 교원 감축을 추진하는 건 미래 교육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정부가 말하는 AI, 인공지능 디지털교육 활성화와 고교학점제 등 정책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이날 교전원 계획 보류에 대해 "사회적인 숙의를 거치고 현장이 좀 더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됐을 때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오 실장은 교원감축과 맞물려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교전원 계획을 철회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교원 감축과 교전원 문제는 전혀 다른 별개의 사안"이라며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교전원 계획이 전면 백지화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교전원 운영 계획은 올해 예산으로 이미 100억원 이상 배정됐기 때문에 내년 교전원 시범 운영을 갑작스레 유보한 것이 곧 발표될 교원 감축 방안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며칠 뒤에 발표될 '중기 교원수급계획'이 교원 감축 방향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교육현장의 반대는 더욱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가 그동안 강조해 온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체계 통합)과 돌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디지털 맞춤형 교육, 고교학점제 실현 등은 모두 교원의 역량과 역할이 늘어나는 과제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강조했었고, 현장에서도 줄곧 교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