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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날 인터뷰] 김학자 여변 회장 “국민에 ‘법잘알’ 강요 대신 법률가들이 맞춤 서비스 제공해야”

[법의 날 인터뷰] 김학자 여변 회장 “국민에 ‘법잘알’ 강요 대신 법률가들이 맞춤 서비스 제공해야”

기사승인 2023. 04.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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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편향 없이 여성·아동 위해 목소리…국회 화답에 뿌듯"
마약 문제, 교육 및 '청소년 대상' 사범 처벌 강조
"검수완박으로 '제3자 고발권' 침해…개선 필요"
여성변호사 차별도 목소리…"헌법정신 되새겨야"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인터뷰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이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songuijoo@
"아동학대 사망 피해자들은 왜 변호사 도움 한 번 받지 못하고, 법정에서는 가해자들 목소리만 들릴까요? 이혼 후 양육비를 받기로 합의했는데, 왜 다시 이행 판결을 받아야만 할까요? 제발 국회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해 여성·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입법들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 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성폭력 피해 여성,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아동, 양육비를 받지 못한 '싱글맘',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망설이는 기업을 향해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왔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권력을 탐한다거나 정치적 편향 없이, 자기 돈·시간을 들이면서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는 단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60회 법의 날(4월 25일)을 하루 앞둔 24일 김 회장을 만나 여성 법률가로서의 고민과 '법의 가치'에 관해 물었다.

대한민국에서 활동 중인 변호사들은 약 3만2000명, 그중 여성 변호사는 8000명가량이다. 여변은 대한변호사협회와 달리 매달 회비를 내고 자발적으로 모인 변호사 직역 단체다. 작년부터 12대 집행부를 이끄는 김 회장은 "여변 회장은 정말 좋은 자리"라며 여성·아동 등 사회적약자 보호·지원에 목소리를 내고 국회에서 화답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김 회장은 윤희근 경찰청장을 만나 '사회적약자 보호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조사받을 때 변호인이 선임돼야 하지만,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으로 오히려 선임이 늦어지는 모순적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개선을 윤 청장과 이야기했고, 여성·아동·장애인 등 관련 분야에서 같이 협력해 나가겠다고 뜻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회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서 "법 이전에 부모의 관심과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고, 아동·청소년 마약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나라는 마약 사범 처벌이 너무 약하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 범죄는 지금 형량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검사 출신인 김 회장은 이른바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로 인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법의 기능이 퇴색됐다는 지적도 내놨다. 김 회장은 "아동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모·학교·지원단체 등에서 먼저 신고할 의무가 있고, 이런 '제3자 고발권'에 대한 이의신청은 인정해 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가 이끄는 여변은 여성 변호사들이 법률 시장에서 차별받지 않고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데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김 회장은 "실제 면접에서부터 여성 변호사에 결혼 여부, 자녀 계획 등을 묻는다. 또 인기 있고 유망한 분야는 남성 변호사보다 진출하기 힘들다거나, 출산이나 육아 문제로 휴가를 갔을 때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긴다"며 "신변 안전의 문제도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최근 들어 헌법을 다시 읽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요즘에서야 정말 이해가 된다. 헌법에 보면 '인간은 평등하다.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사람은 사람답게 살게 해야 한다' 등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우리 법에 들어가야 할 정신"이라며 "일반 국민들에게 법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요해선 안 된다. 우리 법률가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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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변호사회는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제2회의실에서 경찰청과 '사회적 약자 보호·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제공=한국여성변호사회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해 1월 취임해, 현재 2년 임기 중 절반 이상 지났다. 그간의 성과를 자평해 본다면….
"제가 볼 때 여변 회장은 정말 좋은 자리다. 여성·아동 분야에 대한 목소리를 낼 때 그 목소리를 다른 사람들이 귀담아들어 준다. 권력을 탐한다거나 정치적 편향 없이, 자기 돈·시간을 들이면서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천 미추홀구 아동학대 사건 이후 사망아동에 대한 필수 변호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성명을 낸 적 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한 국회의원이 보고 발의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또 양육비 불이행자에 대한 현행법상 문제점 등 이런 주제에 대해 눈치 보지 않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뿌듯하다."

- 최근 여변은 경찰청과 '사회적약자 보호·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눴나.
"많은 여성 변호사들이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자 사건을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 지원에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피해자들이 조사받을 때 변호인이 선임돼야 하지만,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으로 오히려 선임이 늦어지는 모순적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을 윤 청장에게 얘기했고, 윤 청장도 여성·아동·장애인 등 관련 분야에서 같이 협력해 나가겠다고 뜻을 모았다."

- 디지털 성범죄 문제도 사회적으로 이슈다. 입법적으로 보완할 방안은 무엇인가.
"몇 년 전부터 경기도나 서울시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만들어 여성 변호사들이 법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가장 문제 되는 것은 어린아이들이다. 만 14세 미만의 아동의 경우 법 이전에 부모의 관심과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가령 '전체 이용가 게임'이라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게임도 나쁜 어른들이 접속해 범죄를 일으킨다. 14세 이상 청소년의 경우에는 부모 아이디를 도용해 게임을 하다가, 범죄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가정·사회에서 끊임없이 지도해야 한다."

- 아동·청소년 대상 마약 범죄도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마약사범 중 20~30대가 50%이고, 19세 미만 청소년은 대개 초범인 경우가 많다. 아직 우리 사회에 깊숙이 퍼지지는 않았지만, 이제 퍼지는 단계로 보인다. 마약 판매는 그 형태가 굉장히 다양하다. 어떤 성분이 마약 성분인지, 그리고 그 성분이 얼마나 나쁜지 등을 적나라하게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마약사범 처벌이 약하다. 마약으로 입건되면 한 50%가량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물론 청소년은 교육·치료를 병행해야 하지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마약범죄는 지금 형량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성범죄처럼 청소년 마약 치료·예방을 위한 전문센터도 필요하다."

-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로 인해 검찰 마약 수사가 축소된 것이 원인이란 의견도 있다. 또 검수완박 과정에서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폐지되면서 사회적약자를 보호해야 할 법의 기능이 약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피해자들이 직접 신고를 못 하는 경우가 정말 있다. 최근 상담한 사례에서도 피해를 입은 아이 대신 어머니가 신고했는데 수사기관에서 '당사자가 직접 해야 한다'며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아동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모·학교·지원단체 등에서 먼저 신고할 의무가 있고, 이런 '제3자 고발권'에 대한 이의신청은 인정해 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개선과 보완이 정말 필요하다."

- 10여 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2008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인가.
"검사를 그만둔 계기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 가면서다. 아이가 최근에도 '초등학교 전에는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어'라고 하더라. 미안하다는 생각과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로 일할 때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성폭력 피해 대학생을 상담·코칭해준 적이 있다. 가해자 무혐의로 사건은 끝났지만, 피해 대학생과 어머니가 '정말 고맙다'고 얘기했었다. 그 순간 검사를 그만두더라도 여성·아동 관련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변호사가 되자마자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자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등 관심이 이어졌다."

- '엄마로서의 고민'은 여성 변호사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일 것 같다.
"많은 여성 변호사들이 법학전문대학원과 변호사시험 합격 때까지는 차별을 모른다. 하지만 취업과 동시에 현실적인 벽을 느낀다고 말한다. 실제 면접에서부터 여성 변호사에 결혼 여부, 자녀 계획 등을 묻는다. 또 인기 있고 유망한 분야는 남성 변호사보다 진출하기 힘들다거나, 출산이나 육아 문제로 휴가를 갔을 때 남성 변호사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긴다. 담당한 사건 피고인이 출소 후 찾아와 위협을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성희롱 등의 목적으로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신변 안전의 문제도 여전하다."

- 꼭 '여성 변호사'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일반 기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고, 여변에서 관련 성명도 낸 적이 있다.
"자산 2조 이상의 상장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외이사를 적어도 한 명은 여성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2조 미만의 상장사는 8.1%만 여성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비상장사의 경우는 더 심할 것이다. 경영진·이사진에 여성이 진출한다는 것은 기업 전체의 문화를 바꿀 수 있다. 또 경영 투명성에도 굉장한 기여를 하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이런 문제제기를 할 때마다 기업에서 '여성 인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현재 여변에는 사외이사를 희망하는 능력 있는 여성 변호사들이 100명 넘게 대기 중이다."

- 끝으로 4월 25일은 법의 날이다. 일반 국민에게 법은 여전히 어렵다. 또 법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있는지 의구심도 제기된다.
"일반 국민에게 법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우리 법률가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요즘 다시 헌법을 보고 있는데 요즘에서야 정말 이해가 된다. 헌법에 보면 '인간은 평등하다.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사람은 사람답게 살게 해야 한다' 등 보편적 복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우리 법에 들어가야 할 정신이다. 또 AI나 챗GPT 같이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곳에도 이러한 헌법 정신이 들어가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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