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90여점 전시...내년 2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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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표구 기술의 대가로도 꼽혔던 박주환은 1961년 인사동에서 동산방 표구사를 시작했고 1974년 동산방화랑을 열었다. 현재 동산방화랑을 운영하는 아들 박우홍 대표는 한국화 154점 등 회화 198점과 조각 6점, 판화 4점, 서예 1점 등 총 209점 등 아버지의 컬렉션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이번 전시는 기증작 중 192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한국화의 변모를 보여주는 대표작 90여점을 시대에 따라 4개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전시 1부 주제는 옛 그림을 연구해 새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의 '신구화도'(新舊畵道)이다. 1923년 이상범, 노수현, 변관식, 이용우가 조직한 '동연사'는 '신구화도'를 목표로 내걸고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과 근대화를 모색했다.
전시에서는 김규진의 대나무 그림 '풍죽'과 김진우의 8폭 병풍화 '묵죽', 이용우의 기명절지화(器皿折枝畵·구리로 만든 그릇이나 도자기에 꽃과 과일, 채소 등을 배치해 그린 정물화), 변관식의 '추경산수' 등을 볼 수 있다. 1926년 제5회 조선미술전람회 출품작인 이상범의 '초동'은 1977년 박주환이 재정난을 겪고 있던 국립현대미술관을 돕고자 기증한 작품이다.
이어 2부에서는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전통 화단의 계보를 잇고 한국화의 정체성을 형성하려 했던 작가들을 살펴본다. 이들은 국내 미술대학이 설립된 후 동양화과 교수로 활동하며 현대 한국화의 교육적 기반을 마련했다.
'서예'라는 용어를 처음 제안한 손재형의 '석죽'을 비롯해 이응노, 허건, 배렴, 정종여, 장우성 등 작품이 소개된다. 특히 소나무 아래에서 바위에 기대 달을 감상하는 인물을 묘사한 '송하인물'은 정종여가 소나무, 김기창이 인물, 이상범이 그림과 부합하는 화제를 써 눈길을 끈다.
3부는 국내 미대 동양화과에서 공부하고 1960년대 이후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던 작가들을 살핀다. 서세옥의 '도약'은 잉어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담은 '약리도'나 물고기가 변해 용이 된다는 고사를 표현한 '어변성룡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수묵담채화다. 김은호에 이어 미인도의 대가로 불렸던 장운상의 '한일'은 가로 길이가 2.6m를 넘는 대형작으로, 작품 크기나 과감한 색채 등에서 현대적이다.
전시는 지필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한 작가들과 한국화의 화법적 질서나 동양적 미감을 적용한 서양화·판화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기증으로 미술관의 한국화 소장품 수가 총 1542점이 됐다"며 "보다 폭넓은 한국화 연구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무료 관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