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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CVC, 투자 생태계 ‘교란’ 아닌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기자의눈] CVC, 투자 생태계 ‘교란’ 아닌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기사승인 2023. 06. 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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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의 역사는 20년이 넘었지만, 더 주목받은 것은 2021년 말 지주사의 CVC 보유가 허용되면서부터다. 규제 완화로 성과도 있었지만, 생태계 활성화가 아닌 '교란'을 일으키는 일부 CVC로 인해 투자를 꺼리는 스타트업도 생기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7일 '알약 디스펜서(정량 공급기)' 사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알고케어'라는 스타트업의 제품 구조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케어는 지난 1월부터 의혹을 제기했다. 롯데헬스케어가 2021년 9월 알고케어에 디스펜서 제품에 대한 투자 의사를 보였다가 논의가 무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술 탈취 주장에 힘이 실렸다. 롯데헬스케어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결국 사업을 접게 됐다.

CVC의 기술 탈취 논란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골프장 관제 서비스 전문 기업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를 상대로 기술 탈취와 관련해 형사 고소를 했고, 해외에서는 아마존이 인공지능 활용 수집·분류 서비스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현재 많은 중기벤처기업, 특히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와 기술 탈취 우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당장 투자를 받지 못하면 사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CVC로부터 경영 참여가 가능한 SI(전략적 투자자) 투자를 받았다가 기술을 뺏기면 결국 기업의 생명력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탈취 관련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중 하나이고, 일부 의원들이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탈취의 경우 증명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플랫폼·서비스 등은 유사한 형태가 많아 지적재산권을 주장하기가 더욱 어렵다. 결국 투자 주체인 대기업의 '양심'에 달린 것이다.

악의적이고 불공정한 투자는 새로운 창작·연구 동기를 꺾고, 창업 의지를 없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추락시키는 원인이 된다.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빼앗은 마녀의 머리 위에는 결국 왕관이 아닌 번개가 떨어졌다. 앞으로 더 많은 CVC가 상생 투자로 중기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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