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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부르는 日 학자금대출 제도…高이율에 상환기간도 최소 20년

극단적 선택 부르는 日 학자금대출 제도…高이율에 상환기간도 최소 20년

기사승인 2023. 06. 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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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5%에 달하는 높은 이자율과 최소 20년 이상인 상환기간 등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조건으로 설계된 일본의 학자금대출 제도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들에게 커다란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3월 28일 있었던 와세다대학 졸업식 모습. /출처=와세다대 홈페이지
일본의 장학금제도(한국의 학자금 대출제도에 해당)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들에게 커다란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학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청년이 10명이나 돼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아사히신문, 지지통신 등 일본 주요 언론은 19일 일본 경찰청이 전날 발표한 자살자 통계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장학금 변제(학자금 대출 상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다 못한 20~30대 청년 10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도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6명, 여성이 4명이었다.

수치상으로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느낄 수 있지만, 학창시절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가 오히려 청년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켰다는 사실에 일본 사회가 받은 충격은 컸다.

일본의 장학금 제도는 정부 산하기관인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가 운영하고 있다. 명칭은 장학금이지만 현재 운영 중인 제도의 80% 이상이 상환을 필수로 하는 융자형으로, 사실상 한국의 학자금 대출제도와 같다. 하지만 일본 청년들이 체감하는 학자금 상환 부담은 한국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대출자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본의 장학금 제도는 대학 졸업년도를 첫해로 시작해 최소 20년 이상의 상환기간을 기본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융통받은 학자금의 상환 의무를 결혼을 해 자녀를 낳고 키워야 하는 40대까지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자율 역시 3~5%로 높아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엔 그리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청년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계한 장학금 제도가 다달이 부담이 돼 결혼, 출산 등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지통신은 일본 전국노동연합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학자금 상환이 결혼에 영향이 미친 경우가 37.5%, 출산과 육아에 대한 영향이 40%를 넘는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열린 일본 국회에서 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까지 융자형 장학금 제도를 통해 청년들이 대출받은 금액은 9조5000억엔(한화 약 9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환 의무가 없는 실질적인 의미의 급부형 장학금은 2억900만엔(29억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급부 형태가 아닌 어린 나이부터 빚을 지게 하는 장학금 제도는 필요없다" "'장학금'이라고 국민을 속이는 명칭부터 '학생 대출'이라고 변경해야 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다.

제도개선 목소리는 정치권에서도 이어졌다. 한 야당의원은 "국민들에게 복지를 배풀어야 하는 정부가 오히려 빚을 지게 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지난해 청년1인당 학자금 대출을 최대 1만달러(한화 약 1300만원)까지 면제해줬는데, 일본도 이 같은 면제 제도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이 같은 여론의 뜨거운 반응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다른 나라의 면제 정책을 우리나라에 단순 대입할 수는 없지만, 월 변제액 부담 절감과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개정을 검토해 나가겠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비판 여론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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