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제 남은 과제는 그룹 지주사인 ㈜한화의 지분 확보다. 김 부회장이 현재 ㈜한화 지분은 5%가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어떻게 물려받을지, ㈜한화의 지분을 들고 있는 한화에너지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핵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으로, 지분 22.65%를 확보하고 있다. 이어 김 부회장은 4.91%,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각각 2.14%를 들고 있다. '김 회장 등 오너일가→㈜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생명·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갤러리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돼 있는 상태다.
김 부회장 등 3형제의 지분율은 올 초 모친인 고(故) 서영민 여사가 보유했던 지분의 상속으로 15년 만에 변동이 생겼지만, ㈜한화의 최대주주는 여전히 김 회장이기도 하다. 김 부회장이 차기 총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분 증여 '정공법' 시나리오 유력
김 부회장이 김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는 방법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증여를 통한 '정공법'이 아니면 편법 승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증여에 따라 발생하는 세금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이 보유한 ㈜한화의 지분가치는 현재 주가 기준으로 5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30억원을 초과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50%의 세율이 적용되고, 최대주주 할증 등을 고려하면 약 60%의 증여세 부담이 발생한다.
김 부회장 등 3형제가 지분을 모두 증여받는다고 하면 증여세만 약 3000억원을 내야하는 셈이다. 연부연납으로 수년 간 증여세를 나눠내는 방법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천문학적인 금액인 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옥상옥' 한화에너지 역할은
김 부회장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한화에너지'다. 김 부회장(50%)과 김 사장(25%), 김 본부장(25%)이 지분을 전량 들고 있는 한화에너지는 지주사인 ㈜한화 지분 9.7%를 보유하고 있다.
당장은 최대주주인 김 회장의 지분이 큰 상황이지만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되면 한화에너지의 역할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의 위에 존재하는 옥상옥 구조이기 때문이다.
당초 3형제가 지분 100%를 들고 있는 회사는 에이치솔루션으로, 지난 2021년 한화에너지에 역합병됐다. 재계에서는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와 합병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는데, 이에 앞서 100% 자회사였던 한화에너지에 흡수합병된 것이다. 이후 한화에너지를 통해 3형제는 ㈜한화에 대한 지배력도 키웠다. 합병 전 에이치솔루션의 ㈜한화 지분율은 4.24%였는데, 합병 이후 지분을 늘려 9.7%까지 확대한 상황이다.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를 키워 ㈜한화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합병비율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화에너지와 ㈜한화가 합병하게 된다면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시기에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 등이 지분을 들고 있는 한화에너지가 향후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합병비율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