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약 100km를 달려본 마이바흐 EQS 680 SUV는, 처음 시동을 걸자마자 '움직이지 않아도 이미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줬다. 전원이 켜지면 대시보드 전체를 감싸는 하이퍼스크린이 빛을 내고, 운전자는 마치 거대한 극장의 조명 아래 앉아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
마이바흐 EQS 680 SUV는 2023년 상하이 모터쇼의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이후 '수준 높은 럭셔리'를 구현함과 동시에 최상위 전기차 기준을 재정의하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 전동화 모델은 "좋은 것은 또한 반드시 아름다워야 한다"는 창립자 '칼 마이바흐'의 철학 아래 탄생했다. 이에 따라, 최상위 럭셔리 마이바흐 브랜드의 정체성을 전기차 시대에도 지키겠다는 포부와 SUV 차량의 강인한 존재감을 내·외관에 담았다.
마이바흐 EQS 680 SUV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전용 플랫폼 'EVA2'를 기반으로, 최고급 브랜드 마이바흐의 감성을 덧입혔다. 외관은 기본 EQS SUV보다 한층 위엄 있다. 세로형 크롬 그릴, 투톤 바디, 22인치 멀티스포크 휠은 '움직이는 궁전'이라는 별칭에 걸맞다.
실내로 들어서면 고급스러움의 개념이 바뀐다. 최고급 나파가죽 시트, 수공예 마감의 우드 트림, 냉장 미니바, 크리스털 컵 홀더, 그리고 항공기 일등석을 연상시키는 리어 시트 리클라이너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2열은 'VIP 라운지'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43도까지 젖혀지는 전동 리클라이너, 마사지 기능, 발 받침대, 헤드레스트 쿠션, 개별 12.3인치 디스플레이까지 마련됐다. '움직이는 응접실'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
마이바흐 EQS 680 SUV에는 최고출력 649마력, 최대토크 97.4kg·m의 듀얼모터가 탑재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4초면 도달한다. 무게가 3톤에 육박하지만, 가속감은 놀랍도록 부드럽다. 전기모터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가 발끝에 실리며, 소음은 거의 없다.
노면 충격은 마치 실크 위를 미끄러지는 듯 흡수된다. 에어매틱 서스펜션과 E-Active Body Control(E-ABC) 시스템이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읽고 차체를 미세 조정하기 때문이다.
정숙함은 '마이바흐급' 그 이상이다. 문을 닫는 순간 바깥 세상과 단절된다. 풍절음, 노면소음, 모터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오직 고요함과 함께 부드러운 클래식 음악이 공간을 채운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471km다. WLTP 기준으로는 최대 619km다. 급속충전(200kW 기준) 시 30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차 특유의 '주행거리 불안'에서 벗어나, 장거리 출장이나 여행에서도 여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회생제동은 3단계로 조절되며,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도 정차할 수 있는 '원페달 드라이브' 기능도 탑재됐다. 도심 주행에서는 전기차 특유의 효율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 운전보다 '탑승의 즐거움'…럭셔리 본질의 해답
이 차의 진가는 운전석보다 2열에 앉을 때 느껴진다. 전동식 커튼이 닫히고, 발을 올린 채 리클라이너를 눕히면 차가 달리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뒷좌석 전용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고, Bowers & Wilkins 4D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음악을 들으면, 차 안이 곧 호텔 라운지다.
마이바흐는 EQS SUV를 단순한 전기차로 정의하지 않는다. "엔진 소리 없는 궁극의 럭셔리"라는 문구처럼, 조용함 속에서 느껴지는 품격과 여유가 핵심이다.
국내 판매가는 2억원 중반(약 2억 2300만 원)으로 알려졌다. 각종 옵션을 더하면 3억 원대로 올라간다. 가격만 놓고 보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마이바흐 EQS 680 SUV는 그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내연기관 시대의 최고급 세단이 전동화로 이어지는 '세대 교체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특히 럭셔리 본질을 추구한다면, 화려함보다 품격, 속도보다 여유를 추구한다면 이 차가 그 해답이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