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단지서도 신탁 방식 각광
단점으로 꼽히던 수수료 하향·공사비 갈등 영향
전문가 "신탁사 사업 운영 능력·자금력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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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 방식 재건축은 도시정비사업 진행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부동산 신탁사가 조합 대신 사업 시행을 맡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대신 조합은 신탁사에 수수료를 낸다. 조합설립인가 과정이 생략돼 빠른 사업이 가능하지만 높은 수수료가 단점으로 꼽혔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 삼풍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지난 16일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컨소시엄과 신탁 방식 재건축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통상 신탁 방식은 자금이 부족하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등 원활한 사업 추진이 어려운 단지들이 채택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반면 삼풍아파트는 2390가구의 대단지로, 서초 법조타운에 위치해 지역 내 재건축 대장주로 꼽힐 만큼 사업성이 뛰어난 곳이다. 실제 강남권에선 처음으로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이기도 하다.
신탁 방식의 최대 단점이었던 높은 수수료율이 최근 하향 조정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신탁사가 조합에서 받는 수수료는 총 분양수익의 최대 4%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1~2% 선에 형성돼 있다. 총 공사금액이 약 1조원인 현장이라고 가정하면 40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가 100억~200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원자잿값·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폭증 여파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격화하는 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사업 연기·중단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이유로 여의도·목동 등지에서도 신탁 방식을 채택하는 재건축 단지가 늘고 있다. 올해 3월 목동14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는 KB부동산신탁과 신탁방식 정비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5월에는 목동9단지가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사업 우선협상대상 예비신탁사로 선정했다. 목동10단지는 지난달 한국토지신탁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의도에선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16곳 중 7곳이 신탁 방식을 선택했다. 광장(3~11동)·수정·시범 등 3곳은 한국자산신탁, 공작·한양 2곳은 KB부동산신탁, 삼익은 한국토지신탁, 은하는 하나자산신탁을 각각 신탁사로 정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공사비 급증 등 이슈 때문에 안전하면서도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신탁 방식을 선택하는 재건축 단지들이 늘어날 전망"이라면서도 "신탁 방식은 사업 전권을 신탁사에 넘기는 것이기에 입주민 입장에선 신탁사별 사업 운영 능력이나 자금 여력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