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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기업인 사기 꺾는 ‘무분별한 증인 요구’

[취재후일담] 기업인 사기 꺾는 ‘무분별한 증인 요구’

기사승인 2023. 09. 2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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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증인 채택' 관례는 여전히 고쳐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내달 열리는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14명의 이커머스 업체 임원들이 대거 호출됐습니다. 이들이 불려진 이유는 오픈마켓에서 운영되는 배송비 정책과 관련해 국감장에서 증인 신문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요 쟁점은 '제주도 등 도서산간 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이 부당하게 추가 배송요금을 부담하는 것'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구창근 CJ ENM 대표도 관련 내용으로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는데요. 유통 및 이커머스를 담당하는 CJ ENM 커머스의 윤상현 대표가 아닌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구 대표가 불려진 것부터가 촌극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내 대표 소비재 기업인 롯데에서는 강성현, 김상현, 정준호 대표가 이커머스인 '롯데온'의 수장이라는 이유로 증인으로 불렸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롯데온의 대표가 아니라는 겁니다. 강성현 대표는 롯데마트를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김상현 대표는 롯데유통군HQ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정준호 대표는 현재 롯데백화점의 수장입니다. 업무와 무관한 이를 증인으로 불러들여 엉뚱한 질문 세례를 퍼붓겠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는 셈이죠.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국감에 기업인들을 매년 부르는 이유는 국민을 대신해 기업의 잘잘못을 따지고 묻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러나 증인으로 채택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국감이 과연 본래의 취지를 잘 살리고 있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국감이 '기업 길들이기'나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전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데요.

이처럼 무분별한 기업인 때리기는 이들의 사기를 꺾고, 자칫 기업 활동의 위축이라는 악영향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특히나 최근처럼 글로벌 불경기를 겪는 시기에는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인데, 기업인들이 국감장에 불려가 망신만 당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정치와 경제는 일맥상통합니다. 하지만 정치가 경제 위에 군림하려고만 한다면 우리 기업들은 성장동력과 희망까지 잃어버릴 것입니다. 올해 국감에선 무분별한 기업인 소환을 멈추고, 국정운영 실태 점검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길 강력히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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