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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일 에너지정책 선택지가 없다

[칼럼] 독일 에너지정책 선택지가 없다

기사승인 2023. 10. 1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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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정책소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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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정책소통센터장
독일 경제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최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에 이어 올해 1분기 -0.1%, 2분기 0%로 코로나19 엔데믹은 오간데 없다. 경기가 쉽게 회복될 것 같지도 않다. IMF는 올해도 경제성장률을 -0.3%로, EC는 -0.4%로 예측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조차 1.5%의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요 선진국 중 유일하게 경제가 후퇴하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유럽 경제의 핵심으로 군림하던 국가 체면이 말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독일이 내연기관 자동차를 비롯한 전통적 제조업을 고집하면서 반도체, IT(정보기술), AI(인공지능) 등에 소홀했던 탓에 경쟁력이 약화됐고, 교역비중이 가장 큰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진 상태이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위기와 가격 폭등 등 여러 원인이 한꺼번에 들이닥쳤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마다 진단은 다르지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높은 에너지(전기)가격이다.

에너지정책이 전기요금에 미친 영향은 프랑스와 독일의 전기요금 추이를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추진 결과 2021년의 전기요금은 이웃나라인 프랑스에 비해 산업용 49%, 주택용 66%가 비싸지면서 에너지전환 전보다 차이가 크게 확대되었다. 프랑스는 원전 중심 유지, 독일은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정책의 결과다.

게다가 CLEW(Clean Energy Wire)의 분석에 의하면 지난해 하반기 주택용 전기요금은 40.07유로센트로 전년 대비 25%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방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전년에 반영되었던 재생에너지 보조금 6.5유로센트/kWh가 빠지고도 그렇다.

보조금이 유지되었다면 인상률은 45%가 되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보조금 종료는 에너지위기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었다. 에너지 공급을 러시아에 의존하던 탓에 에너지가격 급등을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조금은 앞으로 국가 예산으로 지급된다. 결과적으로 비싼 전기요금은 원가에 반영돼 독일의 경쟁력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주요 화학회사인 에보닉(Evonik Industries AG)의 CEO(최고경영자) 크리스티안 쿨만은 "높은 에너지 비용과 기타 만성적 문제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으로 새로운 공장과 고임금 일자리가 국외로 나갈 위험이 있다. 그 원인은 잘못된 정치적 결정 때문이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의 독일 정부는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향후 4년간 법인세 46조원 감세, 약 28조원의 반도체 지원 등을 내놓았다.

국가 재정이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비슷한 시기에 기독민주당 등 야당이 요구한 신규원전 건설 주장은 원전 발전비용이 재생에너지의 2∼3배에 달한다는 이유로 일축되었다. 이제 독일은 재생에너지에 승부를 걸을 수밖에 없다.

독일에서 원전비용이 높은 것은 원전반대 여론이 높기도 하지만 지난 30여년간 신규원전이 건설되지 않아 원전 공급망이 붕괴된 탓이다. 독일의 신규 에너지원은 앞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한정될 것이다. 배짱 두둑한 독일의 외골수 에너지정책을 불안하게 지켜보는 이유다. 공급망 붕괴전 탈원전을 폐기한 우리는 천만 다행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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