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부회장, 애플페이·아멕스 파트너십 체결 주도
'연체율 0%'대…대손 비용 줄이며 실적방어 성공
높은 소액결제 비중 대출 영업축소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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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성과가 가능했던 건 정 부회장의 강력한 추진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란 평이다. 정 부회장은 카드업계 유일한 오너 경영자다. 이로 인해 세로형 카드, PLCC(상업자 표시 카드) 등 과감한 아이디어로 업계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PLCC(상업자 표시 카드) 파트너십을 맺은 유력 기업들과 데이터 동맹을 확대하면서 현대카드의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추진했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다만 성과들이 양적 성장에 쏠려있어 실질적인 수익성 지표는 저조하다는 점은 과제로 남아있다. 연체율을 낮추면서 대손충당금 적립규모를 낮춰 실적방어에 성공했지만 그만큼 대출 영업력은 낮아졌고, 애플페이 도입으로 점유율은 확대했지만 소액결제 비중이 높은 실정이다. 실제로 현대카드 순이익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데도 실적폭이 크게 꺾인 KB국민카드 대비 400억원 이상 적다. 현대카드는 향후 데이터 동맹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해 빅데이터 역량을 키우고, 아메리카익스프레스(아멕스) 등 프리미엄 상품에 공들이며 수익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지난 8월 기준 전체 회원 수는 1188만명이다. 지난 1월(1139만명) 대비 49만명이 증가했다. 지난 2월만 하더라도 전업 8개 카드사 가운데 회원 수 기준 4위에 머물렀지만, 3월 말 애플페이 도입을 기점으로 회원이 유입되면서 업계 3위로 올라섰다. 회원 수가 빠르게 늘면서 시장점유율도 높아졌다.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개인 카드 일시불·할부 결제 이용실적 기준)은 지난 3월 18.1%에서 지난 8월 18.6%로 0.5%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이로써 시장점유율 기준 4위사인 KB국민카드(16.1%)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현대카드 시장점유율 상승 주요 배경엔 '애플페이'가 있다. 지난 3월 애플페이 출시로 현대카드에 회원 수가 대거 유입되면서 신용카드 이용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신규회원 중 애플 스마트폰 이용자 91%가 애플페이를 등록했다. 같은달 프리미엄 카드 브랜드 아메리카익스프레스(아멕스)와 단독 파트너십을 맺으며 고액결제 건수가 높아진 영향도 있었다. 아멕스 프리미엄 카드는 연회비 100만원으로 초우량 고객이 많은 대표적 프리미엄 카드 브랜드로 꼽힌다.
애플페이와 아멕스와의 파트너십 체결은 정 부회장이 적극 추진해 마련된 성과다. 정 부회장은 수개월에 걸쳐 애플코리아 주요 총괄임원들과 자리를 갖은 데이어, 애플 본사에도 방문하는 등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물밑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아멕스와의 단독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정 부회장의 경영수완을 발휘한 결과물이다. 아멕스 총괄 임원을 정 부회장 자택으로 초대해 식사 자리를 갖는 등 노력을 쏟았다는 후문이다. 현대카드가 업계 최초로 프리미엄 카드 상품을 출시하고 20년 가까이 VVIP 고객 역량을 갖춰다는 점을 어필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애플페이를 둘러싼 잡음도 많았다. 덕분에 회원 수는 늘었지만 소액결제 비중이 높아 실질적인 수익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편의점 GS25 등에서 애플페이가 가장 많이 사용됐다. 이마저도 최근 애플페이 효과가 적어지면서 신규 회원수 증가세도 주춤한 모양새다. 3월 한달동안 유입된 신규 고객은 19만명인데, 지난달에는 11만명을 기록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 효과가 줄어든 것이 아닌,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연체율 0%'도 정 부회장의 올해 주요 경영방침이었다. 현대카드의 올 상반기 기준 연체율은 0.71%로 전년 동기대비 0.2%포인트 가량 개선됐다. 올해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로 카드사 연체율이 급등한 것과 비교된다. 연체율이 낮아지자 대손 비용이 줄어들면서 실적방어에 성공했다. 현대카드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5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 상승했다. 조달금리 상승과 경기침체 속에서 경쟁사들이 20~30% 가량 순이익 감소폭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현대카드의 대손비용(1184억원)이 같은 기간 30% 줄면서 양호한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다만 현대카드의 '업계 최저 연체율' 성과에 대해선 업계 의견이 엇갈린다. 단기간에 대출영업을 대폭 줄인 결과물인 만큼, 향후 대출 실적을 끌어올려 기존 수준으로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현대카드는 카드론·현금서비스 취급액을 전년 동기 대비 18% 올렸다. 반면 경쟁사인 KB국민카드(4.4%), 롯데카드(9.9%)는 한자릿수 상승폭을 보였다. 그럼에도 현대카드의 대출 취급액이 경쟁사 대비 1조원 가량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고금리 여파에도 연체율 0%대를 달성하면서 대손 비용이 줄어든 결과, 경쟁사 대비 실적방어에 성공했다"며 "최근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익성보다는 연체율 및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세계 최초로 데이터 기반으로 PLCC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현대카드는 18개 파트너사들과 '도메인 갤럭시(데이터 동맹)'을 결성해 공동 마케팅 및 빅데이터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 무신사, 미래에셋증권, 대한항공, 이마트 등 각 업권 유력 기업과 손잡고 카드상품을 출시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기반 마케팅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대한항공과 카셰어링 업체 쏘카가 보유한 데이터를 현대카드가 분석해 유효 고객군을 분석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비자(VISA)와 손을 잡고 데이터 마케팅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PLCC사업은 단순한 제휴 카드를 넘어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함께 추진한다는 의미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라며 "현대카드가 협업을 연계하고 있는 방식으로, 성공사례가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