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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예지 “화장품·라면에 새겨진 점자, 내가 만든 법이 일상을 바꿀 때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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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 | 유제니 기자

승인 : 2023. 12. 08. 06:00

5일 김예지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인터뷰
강서구청장 보궐 패배 후 지도부 합류
이재명·민주당·입법폭주 치트키 없는
최고위 메시지로 사회적 약자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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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만났다. 10월 16일 최고위원에 임명된 지 약 50일째 되는 날이었다. 김기현 대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2기 지도부'에 김 최고위원을 지명했다.

최고위원회의는 말들의 전쟁터다. 야당을 향한 날선 비판의 포문을 열기도 하고, 쏟아지는 폭격에 맞설 방어 논리를 쌓기도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주일에 두번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발언 기회를 가진다.

김 최고위원은 보통 7~8번째 순서다. 준비해온 점자 원고를 손끝으로 속도감 있게 읽어내려간다. 정쟁으로 점철됐던 최고위의 주제가 일순간 바뀐다. "제가 주로 챙겨온 장애인, 소외된 분들을 위한 정책을 소개하고 입법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껴요." 그의 최고위원 발언에 이재명, 민주당, 입법폭주, 정부 발목잡기와 같은 '치트키' 표현은 거의 없다.

"최근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극 중 현실과 게임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망상장애로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았던 김서완 씨가 퇴원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이 나옵니다. 퇴원 후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김서완 씨처럼 퇴원 후 사회복귀 지원, 재발병이나 자립지원 등 제도 미비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신건강 정책은 그들의 정책만이 아니라 우리의 정책이 돼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국가이며 정신질환자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7일 최고위원회의)

지난 4일에는 UN 장애인권리협약 결의안 통과에 따른 선택의정서 비준 상황을 소개했다. "UN 장애인권리협약 결의안의 선택의정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제가 대표 발의한 '장애인기본법'이 통과돼야 해요. 현행 장애인 관련 법안들은 '장애인복지법' 위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는데요, 법안들이 너무 오래됐어요. 지금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삶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개정이 필요한 법안이 많은데 21대 국회에 남은 시간이 부족해 안타까워요. 다른 의원님들이 발의하신 장애인 권리보장법도 아직 논의되지 못했거든요. 아쉬운 마음이 커요.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관련 법과 제도도 아직 국제적인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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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김 최고위원은 21대 국회 의정활동 중 공직선거법, 식품광고법을 개정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과거 공직선거법은 일반 책자형과 점자 책자의 페이지 수가 같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점자는 크기와 부피 탓에 일반 글자보다 더 많은 면적이 필요한데, 같은 페이지 수로 규정해둔 바람에 점자 공보물 제작에 큰 어려움이 따랐다고 한다.

"일반 책자와 점자가 같은 페이지 수로 제작돼야 한다는 제한을 없앴어요. 그동안 페이지 수 제한으로 일반 책자의 내용을 점자 공보물에 오롯이 담기 어려웠는데요. 개정 및 시행 이후 책자형 공보물에 담긴 모든 정보가 점자 공보물로 제작될 수 있게 됐어요. 2021년 보궐선거부터 책자형 선거 공보물과 동일한 내용이 담긴 점자 공보물이 배포되고 있어요.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변화를 체감했어요. 정말 굉장하다고 느꼈어요. 지인들도 정말 좋아했고요."

국내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이나 가정용 상비약 패키지에 점자 표기가 시작된 것도 김 최고위원 덕분이다. 김 최고위원은 인터뷰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평소 쓰는 수분크림을 가져왔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패키지에 점자가 생겼어요. 예전엔 없었는데 요즘은 꽤 늘어나고 있어요. 이렇게 제가 만든 법안이 일상을 바꾸고 제가 몸으로 체감할 때 큰 보람을 느껴요."

화장품뿐만이 아니다. 라면의 매운맛, 순한맛 등도 이제 손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제품들이 늘고 있다. 식품 패키지의 점자 도입은 장애인 정책 선진국들보다도 앞선 것이다. "의약품의 경우 프랑스 등 해외에 잘 도입돼있어요. 하지만 식품 분야는 우리나라가 앞서 도입했어요. 만약 잘 된다면 의미가 더 클 것 같습니다."

김 최고위원이 처음 국회에 입성했던 2020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안내견 조이의 국회 본회의장 입장 여부를 놓고 언론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안내견은 기본적으로 어떤 공간이든 출입이 가능하지만, 당시 국회직원이 관련 법안을 잘 몰라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어떤 분들은 안내견 출입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벌금을 확 높여라, 과태료를 수천 만원으로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하세요. 근데 저는 이런 법은 모두가 합의한 약속이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공감해 협조할 수 있게 하는 게 맞다고 봐요. 당시 논란을 통해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안내견의 역할을 알리고 홍보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개정안을 냈는데 아직 계류돼 있어요. 그래서 많이 안타까워요."

김 최고위원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번이었다. 당시 한선교 전 대표의 영입인재였다. 3040 젊은 여성, 시각장애인, 피아노를 전공한 예술인, 장애인 권리와 긍정의 메시지를 알려온 여러 활동이 주목받았다. 존스홉킨스대 피바디음악학교 대학원에서 피아노 석사, 위스콘신대학교 메디슨캠퍼스 대학원에서 피아노 연주 교수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재원이기도 하다.

인터뷰 마지막 질문으로 내년 총선에 출마할 지 물었다. "아직 고심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아서 아쉬움이 있어요. 하지만 제가 아쉽다고 또 도전해야 한다 이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은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지은 기자
유제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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