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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사로잡은 ‘부드러운’ 막장 드라마

시청자 사로잡은 ‘부드러운’ 막장 드라마

기사승인 2024. 02. 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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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티빙 'LTNS', JTBC '끝내주는 해결사' 등
뻔한 전개와 발상이 아닌 소재의 변주를 통해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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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들이 자극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이야기로 인기를 얻고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왼쪽부터 시계방향), 'LTNS', '끝내주는 해결사' 포스터. /tvN, 티빙, SLL, 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
불륜, 이혼 등 소위 '막장'이라 불리는 소재는 시대를 불문하고 관심 대상이 됐다. 그러나 최근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들은 조금 달라졌다. 같은 소재를 다루지만 캐릭터와 형식의 '변주'를 통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최고 시청률 11%(닐슨코리아·전국 유료가구 기준·이하 동일)를 돌파했다. 각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과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들이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본방송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동명 웹툰 원작의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가장 친한 친구와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주인공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복수하는 내용을 그린다. 불륜을 다루지만 '회귀'라는 변주가 도입됐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NS'도 독특하고 자극적인 소재로 지난달 티빙 오리지널 주간 시청 UV(순 방문자 수) 1위에 올랐다. 관계가 소원해진 5년차 부부가 불륜 커플을 상대로 협박으로 돈을 뜯어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OTT에서 공개된 만큼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불륜 커플들의 묘사가 적나라하다. 그러나 불륜을 쫓던 부부가 각자 불륜을 저지른 이야기가 드러나며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치닫는다.

JTBC 수목드라마 '끝내주는 해결사'는 이혼 해결사와 변호사가 정의구현을 실현해가는 내용을 보여준다. 3%대로 시작한 시청률은 최고 5.8%까지 치솟았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등장하는 드라마는 많았다. 그러나 '끝내주는 해결사'는 현실에 없을 법한 인물을 앞세워 캐릭터를 차별화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막장드라마'는 불륜이나 이혼 등의 소재를 다루지면 '변주'를 통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불륜, 이혼 등은 아주 오래전부터, 보편적으로 다뤄진 소재다. 반복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전해져야 할 메시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대중들이 흔히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의 틀이 반복되면 식상하지만 캐릭터나 형식이 변주 되면 새롭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극적인 소재, 캐릭터, 빠른 전개 등 삼박자가 시청률을 보장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은 자극만을 쫓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 평론가는 "'LTNS'는 불륜을 추적하는 이야기지만 블랙코미디가 담겨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역시 '회귀물'이라는 형식으로 시청자를 열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실의 다양한 부조리를 해소하며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것도 인기 원인이 되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요즘은 완전한 막장이 아닌 유화된, 이른바 '부드러운 막장'이 호응을 얻고 있다"며 "과거엔 욕 먹는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황당한 설정으로 복수를 이어나가는 등의 전개가 반복됐다면 최근에는 현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설정이 각광 받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물이 직접 사건에 뛰어들어 현실에선 할 수 없는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며 "이는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대리만족을 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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