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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엘니뇨 심술에 수자원 강국 콜롬비아도 속수무책

기후변화와 엘니뇨 심술에 수자원 강국 콜롬비아도 속수무책

기사승인 2024. 04. 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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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저수율이 뚝 떨어진 콜롬비아의 산 라파엘 댐. 주변에 거북이등처럼 갈라진 땅이 보인다./AP, 연합
남미의 수자원 강국 콜롬비아가 기후변화와 엘리뇨로 인한 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인포바에 등 중남미 주요 언론에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거리에서 발생한 난투극이 일제히 보도됐다. 몸싸움에 특별한 점은 없었지만 사건이 주목을 받은 건 시비가 시작된 이유 때문이었다. 싸움은 길에서 세차를 하던 남자와 이에 항의하던 행인 사이에 벌어졌다. 행인은 "지금 같은 때 물로 자동차를 닦으면 되겠냐"고 말했다가 싸움에 휘말렸다.

수자원이 풍부해 물 걱정 없는 도시라고 부러움을 샀던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가 11일부터 순번제 단수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보고타를 9개 구역으로 나누고 돌아가며 24시간씩 상수도 공급을 완전히 차단하도 있다. 보고타 주변 10여개 근교 도시도 비슷한 단수프로그램 시행에 들어갔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갈란 보고타시장은 14일 "상황이 심각하지만 아직도 물을 아끼지 않는 시민이 있다"며 "필요 이상으로 물을 쓰는 가정에는 범칙금을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적정 사용량에 대해 그는 "가정에서 1개월에 11㎥를 사용하면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2개월 사용량이 22㎥를 초과하면 고지서에 요금과 함께 범칙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타의 수도요금은 2개월마다 1회 나온다.

보고타가 절수에 나선 건 가뭄으로 상수도 공급이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때문이다. 보고타에 상수도를 공급하는 상수원은 1980년대 완공된 추사와 산 라파엘 등 2개의 댐이다. 이들 2개 댐의 저수율은 사상 최저인 15.87%까지 내려갔다. 추사의 경우 최대 2억2000만㎥까지 저수가 가능하지만 현재 저수량은 3500만㎥에 불과하다.

보고타가 사용하는 상수도는 초당 17㎥를 웃돈다. 절수프로그램에 시동을 건 시 당국은 위기를 돌파하려면 이를 15㎥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뭄의 원인이 기후변화와 엘니뇨이기 때문이다.

세계자연기금(WWF)은 강과 호수, 습지, 늪 등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콜롬비아를 세계적인 수자원 강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수자원이 부족해 곤란을 겪는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 페루의 수도 리마 등이 보고타를 부러워한 이유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엘니뇨의 심술까지 겹치면서 이젠 콜롬비아도 물 걱정을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앞으로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가뭄보다 더 혹독한 가뭄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와 엘니뇨가 가져온 가뭄과 비정상적 더위가 라구아히라주(州)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보고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예측이 쉽지 않아 대응은 더욱 어렵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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