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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 인권이 정권마다 오락가락할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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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3. 25. 00:00

박일 외교부 대변인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공용브리핑룸에서 대미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정부가 이달 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될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해 북한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인권 문제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판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널을 뛰었다. 유엔이 2003년 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노무현 정부는 표결과 기권을 오갔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2018년까지는 결의안의 공동 제안국으로 매년 참여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2021년에는 불참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부터는 공동 제안국에 복귀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11월만 해도 유엔 총회 차원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었다. 북한 당국의 주민 등에 대한 인권 침해를 우려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유엔 총회 제2위원회 북한 인권결의안에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총 41개국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4개월도 안 돼 결정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막판까지 불참 카드를 고려하는 이유는 그사이 남북 관계가 더욱 악화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유화 입장 때문에 북한 인권결의안 참여가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우리 정부의 '고민과 배려'가 북한의 강경하고 오만한 태도를 더 부추기는 듯하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3일 "우리 공화국을 건드리는 한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추호의 고려나 사소한 주춤도 없이 무자비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 이어 "공화국 정부는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 불퇴로 계속 공고히 다지며 적대 세력들의 온갖 반공화국 도발 책동을 짓부숴 버리기 위한 대적(對敵) 투쟁을 공세적으로 벌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언이 거칠고 험하기 그지없다.

인권은 인류 보편의 근본적 가치다. 국가와 이념을 넘어선 문제다. 이에 대한 입장이 보수-진보 정권마다, 심지어 해마다 오락가락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치적 타산을 따져 참여·불참을 논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게다가 북한 주민은 다른 국가의 국민이 아니다. '남북 기본합의서'는 남과 북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무관심할 수 없는 사안인 것이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보듯이 남북 관계를 단절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누그러뜨릴 일말의 조짐도 없다.

그런데도 기본적 가치인 북한 인권결의안 불참을 검토하는 것은 지나친 저자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특히 남북 관계의 당사자인 우리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또 북한 인권결의에서 이탈한다면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추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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