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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블랙리스트’ 前중부발전 사장 “사직서 제출 요청받았다”

‘文정부 블랙리스트’ 前중부발전 사장 “사직서 제출 요청받았다”

기사승인 2024. 05. 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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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의혹' 백운규 前장관 재판에 증인 출석
정창길 前사장 "성과향상 강조했지만…답 없어"
"'정부경영평가' 악영향 우려…사직 요청 응할 수밖에"
백운규 조현옥 출석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현옥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이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당시 고위 관료들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사직을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진 전직 한국중부발전 사장이 재판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측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청받았다"고 진술했다.

정창길 전 한국중부발전 사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중남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조현옥 전 대통령비서실 인사수석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사장은 "2017년 9월께 당시 박성택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이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 '긴히 할 말이 있다'고 해 만났다"면서 "포괄적으로 정부에서 결정된 사항과 입장을 전달하고, 사직서 제출을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사실 저는 내부 직원 출신으로 처음 사장에 임명된 사례"라며 "그래서 회사 업무와 직원들을 알기 때문에 적재적소 인사를 통한 경영을 할 수 있겠다 생각했고, 실제 경영성과도 많이 향상됐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사표 제출을 제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법률상 정당한 사유가 아닌데 왜 사직 요청에 응했는지"를 묻자, 정 전 사장은 "산하기관과 상급기관과의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고, 이는 곧 정부경영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평가에 따라 직원들의 성과급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직원과 조직의 입장을 생각해 정부 지시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반대신문에서 백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증인 이전까지 중부발전 사장 자리는 산업부 공무원 임기를 마친 이른바 '오비(OB)'들이 임명되다가 증인부터 내부 출신으로 임명됐는데 이유를 아는가"라고 질문했다.

정 전 사장은 "임명하는 사람들이 알지 제가 알 수는 없다"면서도 "전임 외부 출신 사장들이 경영성과가 좋지 않아 내부 출신이 좋을 것 같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또 주위 직원들도 응원해 줘서 용기를 내 사장에 도전하게 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나가고 후임으로 또 내부 출신이 왔다"며 "제가 왜 나가야 했는지 모르겠다. 비위가 있거나 경영성과가 좋지 않으면 수긍하겠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알면 말해 달라"고 백 전 장관 측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이날 백 전 장관 측이 "증인의 사직 이후 나머지 내부 직원들이 공석을 채움에 따라 모두 승진하는 '조직의 신진대사 향상' 효과가 있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정 전 사장은 "무슨 논리인지 잘 모르겠다. 저도 임기가 있는데 후배들 승진을 위해 나간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블랙리스트 의혹'은 백 전 장관, 조 전 수석 등이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9월~2018년 4월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사직서를 작성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지난해 1월 기소됐다.

백 전 장관과 조 전 수석은 지난 2017년 9월~2018년 4월 산업부 산하 11개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 정창길·장재원 전 사장 등 산업부 산하 발전 4사의 기관장 4명을 서울 소재 호텔과 식당으로 한 명씩 불러내 '이번 주까지 사직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또 산하기관 3곳 내정자 5명을 지원하고 내부인사를 부당하게 취소한 혐의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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