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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탈모약 보험적용 검토에 웃을 수 없는 제약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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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현 기자

승인 : 2025. 12. 3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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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치료제 보험 적용 논의가 다시 한번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중증 질환이 아닌 탈모에 보험 재정을 쓰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견이 있지만, 보험 적용 시 환자들의 부담이 줄고 탈모치료제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 소식에 기뻐해야 할 제약사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습니다. 왜일까요?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대상 확대 검토를 지시했습니다. 탈모는 단순한 미용적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이며, 매달 건강보험료를 내면서도 혜택을 보지 못하는 20~30대에게 이를 돌려줘야 한다는 이유입니다.

급여 적정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보험 적용 시 환자 접근성이 높아지고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에는 대부분 이견이 없습니다. 유전성 탈모 치료제 시장은 비급여임에도 지난 4년간 약 20% 이상 성장해왔습니다. 보험 적용으로 약값이 월 1만원대까지 낮아질 것을 염두하면 시장은 더 빠르게 팽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밋빛 전망에 한때 탈모 치료제 관련 기업의 주가가 치솟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제약업계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습니다. 건강보험 적용 시 정부가 약가 산정 과정에 개입하면서 약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비급여 의약품의 경우 제약사가 임의로 가격을 결정하나, 급여 적용 시에는 정부가 정한 상한금액을 기준으로 약가가 산정·관리됩니다. 이에 시장이 확장돼도 수익성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걱정입니다.

현재 보험 적용이 논의되는 분야는 유전성 탈모로, 해당 치료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제네릭(복제약)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해외 오리지널 제품의 영역입니다. 정부가 제네릭 약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급여 적용 시 국내 제약업계가 받을 약가 인하 압박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탈모치료제 급여화는 추진 중인 약가개편과 결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 인하의 목표가 보험 재정 절감과 신약 개발 동력 강화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증·희귀질환도 아닌 탈모에 대규모 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역설적이라는 겁니다. 탈모는 아직 국산 신약이 등장하지 않은 제네릭 위주 시장이라는 점에서도, 신약 개발을 장려하겠다는 기존 정책 방향과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탈모는 분명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급여화 논의는 단순히 공감의 영역에서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약가 정책의 일관성, 제약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를 함께 따져보는 냉정한 접근이 필요한 때입니다.
배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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