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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아쉬운 메리츠證, 장원재 ‘초대형IB’로 승부수

실적 아쉬운 메리츠證, 장원재 ‘초대형IB’로 승부수

기사승인 2024. 05. 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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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영업익 8831억… 전년比 19.3% ↓
메리츠화재에 기여도 밀려… 1분기 28%
잇달은 내부통제 이슈에 부정적 시각도
메리츠증권이 초대형IB 진출을 노린다. 작년부터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룹 내 기여도가 메리츠화재에 크게 밀리자, 장원재 사장이 사업확장과 수익 다각화를 위한 돌파구로 초대형IB를 선택한 것이다.

초대형IB는 자기신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기업금융(IB) 등 사업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중심의 수익구조로 '다각화'가 절실한 메리츠증권으로선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

다만 최근 7년 동안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가 없다는 점에서 인가 받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작년 잇따른 내부통제 이슈가 발생했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원재 사장은 메리츠증권의 초대형IB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난 14일 진행된 메리츠금융지주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장 사장은 "현재 초대형IB 인가를 준비 중"이라며 "작년 말 메리츠증권 자기자본은 5조6000억원으로 인가 기준 4조원을 이미 충족했기에, 추가적인 증자는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한국형 골드만삭스 육성과 모험자금 공급을 목적으로 지난 2016년 초대형IB 제도를 도입했다. 초대형IB는 발행어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업금융(IB)이나 부동산금융,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할 수 있다. 만기가 1년 이하라는 점에서 단기자금 조달 창구인 기업어음(CP)과 비슷하지만,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을 신용평가·발행공시·기관 투자자 확보 등 과정 없이 모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달자금의 50% 벤처기업 투자 등이 의무화돼 있기는 하지만, 운용여부에 따라 IB나 운용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최근 실적 부진으로 인해 부동산금융 외 사업 부문 강화가 필요한 메리츠증권으로선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우려가 본격적으로 발생했던 작년부터 실적이 저하됐고, 이는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다.

메리츠증권의 작년 영업이익은 8831억원, 당기순이익은 589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3%, 28.8%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557억원, 당기순이익 126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5%, 37% 줄었다.

실적 부진으로 인해 메리츠금융그룹에 대한 이익 기여도가 과거 대비 크게 낮아진 점도 부담이다. 2022년 당기순이익 기여도는 메리츠화재 46%, 메리츠증권 41%, 메리츠캐피탈 13%로 화재와 증권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완전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을 포함한다면 메리츠증권 기여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23년 기여도는 메리츠화재 71%, 메리츠증권 19%, 메리츠캐피탈 10%로 크게 벌어졌으며, 올 1분기는 메리츠화재 68%, 메리츠증권 28%, 메리츠캐피탈 4%로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됐다.

1분기 부문별 순영업수익을 살펴보면 위탁매매 193억원, 자산관리 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11% 증가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2%로 여전히 미미했다. 자산운용 수익은 1855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23% 증가했지만, 메리츠캐피탈 배당금을 제외하면 약 767억원으로 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적인 신규 딜(부동산) 발굴로 IB 수익이 31% 증가한 643억원을 기록한 점은 긍정적이었다.

부동산 경기침체 지속과 정부의 부동산PF 구조조정 가속화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 등 악재가 여전하다는 점은 IB 수익에 대한 변동성을 키운다. 결국 수익성 회복을 위해 다른 사업의 성과가 필요하다.

하지만 초대형IB 인가는 쉽지 않을 전망도 나온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은 인가 조건일 뿐, 금융당국은 초대형IB 심사 과정에서 재무건전성·내부통제시스템·대주주 적격성 등 요인들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의 초대형IB 인가 후, 7년째 새로운 초대형IB가 등장하지 않았다. 삼성증권이 초대형IB 중 유일하게 발행어음 사업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업계에선 이를 대주주적격성 문제 때문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내부통제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 작년 3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관 경고와 과태료 20억원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또 이화전기 거래 정지 사태와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현재 초대형IB 인가를 준비하는 단계"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진 시기 등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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