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lip20240807083002 | 0 |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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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 거래소 내부 사정으로 코인을 제때 처분하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거래소를 상대로 1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가 1심에서 승소했다. 이는 루나·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거래소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 박재민 판사는 지난달 26일 개인투자자 이모씨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 두나무를 상대로 제기한 1억56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비트는 반환의 사실관계가 분명히 확인된 경우에 한해 회원의 요청에 따라 출금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미리 정책을 결정하고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행을 지체했다"며 "민법상 채무자는 이행지체 중에 생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베트남에 거주하던 이씨는 루나 코인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3월24일, 업비트 전자지갑에 보유하고 있던 루나 코인 약 1310개(1억5600만원 상당)를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열어둔 본인 명의 전자지갑에 보냈다. 바이낸스에서 매각해 해당 대금을 베트남 화폐로 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체 과정에서의 일부 주소 기재 실수로 이체했던 루나를 이씨 명의 전자지갑이 아닌, 업비트의 전자지갑으로 반환받게 됐다.
이에 이씨는 이 같은 오입금을 복구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업비트는 '트래블룰(가상자산사업자들 간의 이체고객 정보제공) 준수'를 이유로 같은 해 5월 9일까지 루나 약 1310개를 이씨 전자지갑에 복구해주지 않았다.
결국 그해 5월 10일 테라·루나 폭락사태가 터졌고, 송금 시도 시점에 1억4700여만원이었던 이씨의 루나 코인 가치는 상장폐지 직전인 5월 18일 무려 99.999642%가 하락한 56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사실상 '0원'이 된 셈이다.
이에 이씨는 1억5600만원 상당의 채무에 대한 이체 지체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두나무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두나무는 반환에 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인식했고 복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한 비용과 노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폭락으로 채무가 이행불능이 된 것으로, 이는 채무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전에도 2차 주소 오류로 암호화폐가 반환되는 오입금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두나무는 복구를 위해 미리 직원을 배치하거나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잘못된 주소를 입력해 생긴 오출금 사고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에 따라 귀책사유가 없다는 두나무의 주장에도 "이 같은 해석은 약관법상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무효"라며 배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