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의뢰받은 공사 현장에서 피아노에 깔려 숨져 공단 "산재보험법상 근로자 아냐" 장의비 등 부지급 法 "기업과 종속 관계에서 근로 제공" 원고 승소 판결
서울행정법원2
0
서울행정법원/박성일 기자
기업이 의뢰한 작업을 수행하다 사망한 개인사업자는 산재보험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 A씨의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12월 초등학교 음악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중 피아노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듬해 공단이 "A씨는 개인사업자로서 B기업 대표로부터 의뢰받은 작업을 수행하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급받은 거래관계에 있는 것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헙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이를 지급하지 않자 유족들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B기업이 도급받은 작업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가 B기업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시장에서 고객과 접촉해 영업을 함으로써 이윤 창출이나 손실 등 위험을 스스로 부담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개인사업자의 지위에서 작업을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 사건 작업이 A씨가 평소 개인사업자로서 수행하던 업무와 명확히 구별되는 점, A씨가 B기업과 작업 이익을 분배하는 등 다른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는 점, A씨가 B기업으로부터 업무 내용 등에 관한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으며 B기업이 지정한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가 사업주로서 외관을 갖췄고,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근로소득세가 원천 징수되지 않았고, B기업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면서도 "이러한 사정들은 B기업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거나 실질적인 노무제공 실태와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 같은 사정만으로 A씨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