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5대은행서 직장내 괴롭힘 25건 2022년 8건 → 올해 6월까지 5건 접수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도 매년 증가세 경직된 조직문화·성과 지상주의 때문 김주영 의원 "안일한 인식 안돼" 지적
수년간 횡령과 배임, 부당대출 등 은행 내에서 내부통제 부실 및 윤리강령 위반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데, 이 외에도 직원들 사이 폭언과 욕설은 물론, 폭력과 현금갈취, 부당지시 등을 일삼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형은행 한 곳에서 폭언과 협박, 금전갈취 문제가 드러나 논란이 일었고, 이 때문에 은행들은 강도 높은 예방책을 마련했음에도 직장 내 괴롭힘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증가하는 데는 성과 지상주의와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억대 연봉자임에도 심심치 않게 은행을 떠나는 직원들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가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은행에서 최근 3년간 총 25건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8건에서 지난해 12건으로 늘었고, 올해도 6월까지 5건을 기록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폭행이나 폭언, 욕설을 비롯해 사적 심부름 등과 같은 부당지시로 인해 발생한다. 이외에도 온라인상 모욕이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부당하게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시키는 경우도 해당된다.
김주영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5대 은행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실정"이라며 "괴롭힘을 가볍게 여기는 은행 내부의 안일한 인식과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노조 관계자는 실적 지상주의가 직장 내 괴롭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점장과 본부장 등 은행 내 상급자들은 부하직원들의 실적 달성에 따라 본인의 인사고과와 승진이 직결되는 만큼 성과를 내기 위해 인격모독적인 독려 수단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은행에서 징계가 이뤄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5대은행에서 정직 등 징계 조치를 받은 건수는 2022년 6건에서 지난해 9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5건을 기록 중이다.
5대은행은 자체적으로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윤리 교육 등을 진행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농협은행은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고, 사회적문제로 대두되자 법정필수교육과 사이버교육(윤리준법교육), 대면교육 등을 통해 직원들의 의식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피해 직원의 신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통신망, 휴대폰, 카카오톡, 전자우편, 익명제보시스템(레드휘슬)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상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도 준법경영부와 감찰업무 팀 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접수창구를 설치하고 상담자를 지정해 신속한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예방장치 마련해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 역시 사내 게시판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있고, 직장 내 괴롭힘 전담 직원을 통해 즉시 신고가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처럼 5대은행이 모두 의식교육과 함께 가해자를 대상으로 엄정한 징계 조치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쉽게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김주영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회 곳곳에 만연한 갑질 횡포를 지켜본 우리 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합의한 산물"이라며 "갑질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단순 개인의 갈등이 아닌 근무 환경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의 자체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