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력수급추계기구' 연내 출범 간호사·의사 등 각계 전문가 참여 의협, 2026년 감원보장 등 조건 걸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정갈등이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전공의들에 대해 사과를 전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지속 주장하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논의 방침에서 한발 물러 서는 모습을 보이며 의정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의협이 정부가 추진중인 '의료인력수급추계기구'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도 추계기구가 의결기구화되어야 한다는 점과 2026학년도 의대정원 조정에 대한 정부의 확답을 요구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1일 의료계는 지난달 30일 조 장관이 전공의를 향해 처음으로 사과한 것과 함께 각 직종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참여하는 추계기구 방향에 동의한다는 분위기다. 현장에서 이번 추계기구 출범을 계기로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 창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의료인력 수급 추계 기구'를 연내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간호사·의사·치과의사·한의사 등 각 직종 추천 전문가 7명, 환자단체·소비단체 등 수요자 추천 전문가 3명, 연구기관 추천 전문가 3명 등 13명으로 구성된다.
의정 대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2025학년도 의대정원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던 의협의 기존 입장이 변했기 때문이다. 의협의 이런 태도 변화와 맞물려 의료계가 추계기구 참여 결정을 하게 된다면 정치권에서 추진한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에도 속도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의협은 2026년 감원 보장을 조건으로 걸었지만, 2025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내놨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2025년도에 초래될 의대 교육의 파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2026년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도 추계 기구 구성에 대해 "의료계 요청이 많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계 추천 인사를 절반 이상하겠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다만 추계기구가 단순 자문기구로서 의료계 인사를 채우는 게 아닌 '의결기구'로서 철저히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되고 운영해야 한다는 의료계 주장도 또 다른 숙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대변인은 "의사들이 참여하는 게 자문 기구일 뿐이고, 그 의견을 보정심에 올려서 최종 의결한다고 하면 우리가 다시 들어갈 이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최종 결정은 보건의료정책에 관한 법정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전공의 단체가 의협에 등 돌린 채 여전히 '2025년 증원 백지화'만을 외치고 있어 추계기구 참여가 순탄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추계기구 출범과 별개로 당장의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공의나 의대생 복귀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