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美 “지상전 없이 수주 내 종료”…‘이란 미사일 3분의 1 파괴’ 현실 속 조기 종전 시나리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328010008554

글자크기

닫기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3. 28. 07:48

루비오 "지상군 없이 목표 달성"…블룸버그 "병력 증파, 전술적 압박"
로이터 "미사일 3분의 1 파괴"…완전 궤멸 한계, '무력화'로 선회하나
치솟는 유가 부담 속 종전 명분 쌓기…종전 후 '안보 청구서' 예고
FRANCE-US-G7-DIPLOMACY-POLITICS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교외 르부르제(Le Bourget)의 부르제 공항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및 파트너국 회의에 참석한 후 귀국길에 오르기 전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AFP·연합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과 관련해 지상군 투입 없이 수주 내 종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들에 이란 지상 침공에 대한 즉각적인 계획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블룸버그통신의 이날 보도와 맞물리면서, 미국이 점령전이 아닌 제한적인 군사목표를 달성한 후 조기 종전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루비오 장관이 '수주 내 종전'을 거론한 것과 달리,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확실히 파괴했다고 판단하는 이란의 미사일·드론 전력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끌어낼 만큼 군사력을 완전히 파괴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군사력의 완전한 궤멸을 강요하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제시한 5대 군사 목표가 실질적으로 충족됐다고 자체 평가한 뒤 이를 명분으로 신속히 종전을 선언하는 방향으로 출구 전략을 짜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루비오 "지상전 없다" 재확인…美 병력 증파는 '전술적 압박'

루비오 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작전을 예정대로 또는 그보다 앞서 진행하고 있다"며 "몇 달이 아닌 몇 주 내 적절한 시기에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상군 투입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지상군 없이도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발언은 블룸버그가 이날 보도한 "미국이 동맹국들에 이란 지상 침공 계획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내용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방부는 약 5000명 규모의 해병 원정대 2개 부대와 육군 제82공수사단 병력 약 2000명의 중동 배치를 시작했지만, 이는 전면적 영토 점령이 아니라 미국 시민 대피 지원, 비상 상황 대응, 전략적 모호성 유지 등 여러 목적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이란 본토에 대한 본격적인 지상 침공에 나서려면 2003년 이라크전 때처럼 15만명 이상 규모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병력 수준과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이번 전쟁이 애초부터 점령전이 아니라 공습과 해상 통제, 제한적 타격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France G7 Foreign Ministers Meeting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담당 고위대표(가운데부터 시간 방향)·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무장관·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세르네-라-빌의 보-드-세르네 수도원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및 파트너국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AP·연합
◇ 로이터 "이란 미사일 3분의 1만 확실 파괴"…트럼프 공언과 차이…벙커 속 미사일 제거엔 한계

문제는 공중전만으로 이란의 군사력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점점 더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내각회의에서 "우리가 이란 군 전력을 거의 궤멸시켰고 남은 미사일도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로이터는 미국 정보당국에 정통한 소식통 5명을 인용해, 전쟁 개시 한 달째인 현재 미국이 확실히 파괴했다고 판단하는 이란의 미사일 전력은 전체의 약 3분의 1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드론 전력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3분의 1은 공습으로 손상되거나 지하 터널·벙커에 매몰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상태가 명확하지 않고, 나머지 3분의 1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일 수 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전투가 중단되면 매몰되거나 손상된 일부 전력을 이란이 회수할 가능성도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가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이 개전 초기 대비 90% 감소했고, 미사일·드론·해군 생산시설과 조선소의 66% 이상이 손상 또는 파괴됐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이란이 보유한 총량 전체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 해병대 출신 세스 몰턴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매사추세츠주)도 "이란이 현명하다면 일부 전력을 남겨두고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잔존 전력이 상당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수준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지상전을 배제한 이상, 벙커와 지하 터널에 숨겨진 이란의 잔여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FILES-IRAN-US-ISRAEL-WAR-REPORTAGE
이란 시민들이 26일(현지시간) 테헤란 남부의 베헤슈트 자흐라 묘지에서 진행된 중동 전쟁 희생자 장례식에서 슬퍼하고 있다./AFP·연합
◇ 궤멸 대신 '무력화'로 선회 가능성…5대 목표로 종전 명분 구축

이 같은 상황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 목표를 재해석할 가능성을 키운다. 즉 이란 전력의 100% 제거가 아니라, 더 이상의 대규모 공격 능력을 제약하고 미국 및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낮췄다는 판단 아래 작전 종료를 선언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란과의 '생산적인 대화'를 이유로 예고됐던 에너지 기반 시설 폭격을 5일간 유예하면서, 사실상 종전의 기준점이 될 5대 군사 목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이란 미사일 전력 및 발사대의 완전한 무력화 △방위 산업 기반 파괴 △방공망을 포함한 해·공군 전력 제거 △핵 능력 보유 원천 차단 및 미국의 즉각 대응력 상시 유지 △이스라엘 및 걸프 동맹국들에 대한 최고 수준 보호가 포함됐다.

현재까지의 전황을 이 기준에 대입하면, 미국은 미사일 발사 빈도 급감, 군수 생산시설 광범위 타격, 해군 주요 전력 손실, 핵 및 산업시설 공습, 동맹 방어망 강화 등을 근거로 "핵심 목표는 실질적으로 달성됐다"는 자체 평가를 내릴 여지가 있다. 특히 미국 측은 이란 대형 해군 함정의 92%가 격침됐다고 주장하고 있어, 잔존 위협이 남아 있더라도 전체 군사 능력은 '결정적 수준에서 약화됐다'는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무조건 항복'이라는 표현은 유지하더라도 실제로는 군사적 완전 소탕이 아니라, 핵심 능력의 기능적 무력화와 억지력 회복을 근거로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을 끝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무산담주 경계 인근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모습으로 한 화물선이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에 정박해 있다./로이터·연합
◇ 유가·물가 급등 직격탄…美, 장기전 부담 가중

조기 종전 압박은 군사적 이유만이 아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세계 경제와 미국 국내 정치에 미치는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브렌트유는 전쟁 발발 이후 50%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112달러를 넘어섰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디젤 가격은 갤런(3.785ℓ)당 7.17달러(1만820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수행의 군사적 성과를 과장하는 동시에 '생산적인 대화'를 강조하고, 에너지 시설 공격 시한도 늦춘 것은 이런 경제적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군사적 확전을 계속할수록 유가와 물가, 금융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어, 일정 수준의 성과를 확보한 뒤 출구를 찾는 쪽이 백악관으로서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 '남은 1%' 이란 미사일 변수…美, 종전 후에도 15개 항 압박

전쟁이 조기 종전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미국의 대이란 압박이 계속될 핵심 지점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 해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포기 등을 포함한 15개 항목의 제안을 전달했지만, 이란은 자국 산업·핵 시설 피격을 이유로 확답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루비오 장관은 대이란 군사작전 종료 이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체계 도입 가능성을 꼽았다. 그는 "불법일 뿐 아니라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 세계가 이에 맞설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미사일을 99% 제거했다고 해도 남은 1%가 10억달러짜리 선박의 선체를 관통할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잔존 미사일 위협을 언급했다. 이는 전쟁을 끝내더라도 해협 안전과 에너지 수송로 방어를 명분으로 후속 군사·외교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 韓·日 콕 집은 루비오…전후 안보 청구서 본격화 가능성

루비오 장관은 호르무즈 문제와 관련해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며 "미국도 돕겠지만, 당사자들이 조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중국 등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을 향해 해협 안전 확보에 군사적·재정적으로 더 적극 동참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상전 없이 수주 내 종전을 모색하면서도, 종전 이후에는 호르무즈 방어와 에너지 항로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동맹국들에 안보 부담 분담을 더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전쟁의 직접적 군사행동은 축소하더라도, 그 후속 비용과 책임을 동맹국과 에너지 수입국들에 나눠 지우는 방식의 '전후 청구서'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