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선 "가상자산 제도권까지 시일 오래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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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증권사 중에선 미래에셋증권만 유일하게 디지털 관련 팀을 구성해 가상자산 사업화를 논의하고 있을 뿐 다른 증권사는 관련 TF(태스크포스)가 없는 상황이다. 삼성증권도 기존 디지털사업전략팀에서 관련 내용을 스터디하고 있는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올 초 김성환 사장이 AI(인공지능)와 가상자산 TFT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지만 현재는 조직 자체가 없어졌다. 내부에선 아직 법제화까진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판단한 점, 굳이 조직까지 만들어 가상자산 관련 사업화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들면서 최근 조직을 없앤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 중 가상자산 관련 사업 논의가 본격화된 곳은 미래에셋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말 디지털자산 TF를 신설한 후 올 초에 디지털자산솔루션팀으로 확대·개편해 가상자산과 STO관련 사업을 논의 중에 있다. 최근 디지털자산솔루션 팀장이었던 류이재 이사가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이직을 결정하면서, 이용재 팀장이 해당 팀을 이끌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올 초 김 사장이 신성장동력으로 AI와 가상자산에 집중할 것을 주문하면서 관련 조직 신설을 준비하다가 유야무야된 것으로 전해진다. 비공식 TFT로 조직을 구성하려고 했으나 AI의 경우, 다양한 부서에서 운용중에 있어 따로 조직화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TFT 또한 올 초 디지털 관련 부서 몇 명이 조직을 구성했다가 얼마 못가 해체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국내서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들어오기엔 시일이 오래걸릴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특정 부서에서 비공식 TFT로 준비를 했으나 현재는 조직이 없어졌다"며 "AI 관련 TFT도 각 파트에서 하던 일이라 조직 구성을 검토만 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른 증권사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가상자산 법제화는 물론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허용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은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통화정책 유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제동을 걸면서 당국과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화폐의 기능을 하게 되는 만큼,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에서부터 발행한 후 단계적 허용을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금융당국과 한은에서도 엇갈린 목소리를 내면서 발행 주체도 정해지지 못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스테이블코인이나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논의가 진전되거나 실제 실행까지는 상당 시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쪽에서 먼저 사업화나 법제화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