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美 진출 얽히며 노사 갈등 격화
글로벌 수주 기회 선점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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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HD현대중공업은 이날 전면 파업을 단행, 사측의 전향적인 교섭안을 요구했다. 전날 백호선 민주노총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지부장은 울산 조선소 내에 있는 크레인에 올라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 양측에서 모두 부상자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며, 양측간 갈등 양상은 격화되는 분위기다.
노조는 "회사는 수주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으면서도 임금 인상에는 인색하다"는 입장으로 기존에 도출했던 잠정합의안에서 나아간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HD현대 노사는 월 기본급 13만 3000원 인상, 격려금 520만원, 특별금(약정임금 100%) 지급, 기준에 따른 성과급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던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조합원 총회에서 해당 안이 부결돼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노조는 수당 등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 중심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사측은 일시적인 격려금을 기반으로 인상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노조 측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과도 관련해 확실한 고용안정 등을 약속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합병은 결국 승계와 이윤 확보를 위한 구조일 뿐 노동자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나아가 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까지도 내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중복투자 해소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병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장기적인 고용 안정과 복지 강화 방안을 함께 내놓으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특히 마스가(MASGA) 등 미국과의 조선 협력 및 업황 회복 시점에 맞물려 합병 이후에는 더욱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단기적 임금 인상만이 아닌 장기적 고용과 복지 기반 강화를 통해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교섭은 진행되고 있다. HD현대 측은 "노사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합병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조는 오는 12일에도 계열사 노조원들이 집결해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HD현대가 미국 정부와의 협력 속에서 추진 중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 호황 속에서 글로벌 수주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노사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노사 간 교섭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당분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파업 등 극한 대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회사는 합병과 해외사업 추진을 위해서라도 노조와의 신뢰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