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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특수 잡아라…중국 무비자 관광 시행으로 유통업계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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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5. 09. 16. 17:51

신세계면세점, 中 이리·신동방 대규모 단체 방문…K뷰티·K푸드 관심 집중 (1)
지난달 28일 명동점에 중국 유제품 업계 1위 이리(伊利) 그룹 강소성 지부 VIP 고객 1109명이 신세계면세점을 방문했다./신세계면세점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오는 29일부터 무비자로 한국에 입국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면세점과 호텔, 유통업계가 '유커(遊客)'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장기간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어온 업계는 이번 기회를 매출 반등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면세업계는 대규모 관광객 유치부터 맞춤형 서비스도 늘리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현지 사무소와의 연계를 강화해 대규모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특히 MICE(국제회의·전시·이벤트) 유치를 확대하고 K팝 팬미팅 등 한류 콘텐츠와 연계한 관광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대폭 늘렸다. '골드패스' 등 환영 선물을 제공하고, 중국인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와 화장품을 중심으로 면세 상품 구성을 재편하고 있다. 또한 중국어 서비스 인력을 확충하고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시스템 도입을 완료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중국 광저우와 칭다오를 직접 찾아 현지 여행사 및 협력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특히 1선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뿐만 아니라 칭다오, 항저우, 청두 등 2·3선 도시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도시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현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온라인 홍보도 강화할 예정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달 28일 중국 유제품 업계 1위 기업인 이리그룹의 장쑤성지부 VIP 고객 1109명을 단독 유치해 명동점에서 대규모 투어와 쇼핑 일정을 진행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의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면세점도 중국인 선호도가 높은 화장품, 향수, 건강식품 등을 중심으로 단체관광객 전용 할인 행사를 준비 중이다. 특히 중국 전통 명절인 국경절과 중추절 기간에 맞춰 특별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있다.

면세업계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실적 부진 때문이다. 팬데믹 이전 면세점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단체 쇼핑에서 개별 쇼핑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면서 객단가도 크게 줄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인 관광객의 면세점 구매액은 약 4조원 규모였지만, 2023년에는 1조원대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비자 정책 시행으로 중국 단체관광객이 본격 회복되면 연간 2조원 이상의 매출 증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뷰티 전문점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도 중국 관광객 맞춤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올리브영은 강남, 동대문, 명동, 성수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중국어 안내 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부산과 제주 매장에도 중국어 가능 직원을 추가 배치하고, 중국인이 선호하는 K뷰티 제품을 전면에 진열했다. 또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시스템을 전 매장에 도입했다.

세븐일레븐은 10월 31일까지 전국 점포에서 위챗페이로 첫 결제를 하는 고객에게 다음 방문 시 사용할 수 있는 7위안(약 1400원) 쿠폰과 롯데면세점 50위안(약 1만원) 쿠폰을 제공한다. 또한 무인 환전 키오스크를 주요 관광지 인근 매장에 설치하고 세금 환급 서비스도 간소화했다.

이마트는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용산I'PARK몰점, 명동점 등에 중국어 안내판을 추가 설치하고, 중국인이 선호하는 한국 전통차, 김치, 인삼 제품 등을 별도 코너로 운영하고 있다.

호텔업계는 다음달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과 중추절(10월 1~8일) 특수를 겨냥한 마케팅에 한창이다.

제주도 롯데 드림타워 리조트는 국경절 기간 위챗페이 이용 고객에게 호텔 내부 시설을 최대 22%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중국어 컨시어지 서비스도 24시간 운영하고, 중식당과 중국 전통차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신라호텔은 중국 현지 여행사와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 단체 투숙객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특히 자사 면세점과 연계한 '호텔+쇼핑' 패키지를 출시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롯데시티호텔, 신라스테이 등 비즈니스 호텔들도 중국 관광객을 위한 특별 요금제를 도입하고, 단체 투숙 시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오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인 관광객에게 최대 15일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7년 사드 배치 갈등 이후 7년 만의 본격적인 중국 관광 정책 완화 조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조치로 연간 중국 관광객 300만명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관광 수입 60억달러 증가와 약 10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무비자 정책과 함께 중국의 국경절 연휴가 겹치면서 10월부터 본격적인 중국 관광 붐이 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중국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돌아오면 소비 진작과 매출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 개월이 업계 회복의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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