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국가 지지 확산…미·이스라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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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연설에 나선다.가자지구 전쟁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 현안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노선이 글로벌 거버넌스와 다자 협력 구조에 어떤 충격을 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대외 원조를 대폭 삭감하고, 동맹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를 부과하는 등 기존 외교 질서를 흔들어왔다. 러시아와는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도 전략적 접근을 시도했으나, 분쟁 해결에서 뚜렷한 성과는 제한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유엔 총회에는 150여 명의 각국 정상과 정부 수반이 연설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10시) 개회 직후 두 번째 연사로 연단에 올라 미국 외교의 향방을 제시한다. 집권 2기 8개월 차에 접어든 트럼프 행정부는 원조 삭감으로 인도적 위기를 키우고 유엔의 존립 기반까지 흔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에 맞서 비용 절감과 기구 효율화에 나섰다.
백악관은 연설 핵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로이터가 입수한 준비 문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주 난민 제도를 전면 재편하는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국제적 보호 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조치다.
핵심은 난민이 원하는 국가가 아니라 '첫 입국국'에서 망명을 신청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난민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뚜렷하지만, 국제 인권 규범에 대한 후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과 구테흐스 총장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첫 공식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에 대해 "큰 잠재력이 있지만 스스로 바로 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다자주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총회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10월 7일로 2년을 맞는 시점에 열린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오는 26일 연설할 예정이다.
다수의 세계 정상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지지하며 외교적 지형이 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는 없다"는 기조 아래 가자지구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 6만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현지 집계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더 키우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연단에 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미국의 대러·대우크라 정책 방향이 주목된다.
또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의 양자회담,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터키·파키스탄·이집트·아랍에미리트·요르단 정상들과의 다자 회담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