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예방·중대재해 대책도 주요 쟁점으로
임금체불·실업급여 부정수급 공방도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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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노동부(노동부) 장관은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보완 입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사용자 정의가 모호하고 원·하청 교섭구조가 분리돼 있는 상황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과 충돌한다"며 "보완 입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가이드라인 마련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우려를 해소하겠다"며 "쟁의 대상 판단을 위한 별도 기구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은 2023년 말 국회를 통과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내년 3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원청이 실질적으로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지배·관리한다면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해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이른바 '괴롭히기 소송')을 제한해 노동자들의 권리 행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가장 큰 혼란은 '사용자'가 누구인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하청노동자의 법적 사용자가 오로지 하청업체였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지배·통제력을 가진 경우에도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문제는 '어디까지를 사용자로 볼 수 있느냐'는 판단 기준이 여전히 부재하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사용자 정의가 모호하면, 어디까지가 책임의 대상인지가 불분명해져 분쟁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노동법상 하나의 사업장 내 복수노조가 있을 경우 단체교섭은 '창구 단일화'를 거쳐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원·하청이 서로 다른 사업장으로 간주되는 상황에서 창구 단일화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하청노조의 교섭권이 사실상 차단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윤 의원은 "원·하청 교섭구조가 분리돼 있는데,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라는 건 현실을 무시한 규정"이라며 "교섭 단위 설정 문제도 입법 보완이 필요한 핵심 쟁점"이라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이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 기준을 완화하면서 쟁의 범위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임금·근로조건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에만 쟁의가 허용됐지만, 경영 판단 영역까지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면서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까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영훈 장관은 "노동쟁의 범위에 대해서는 질병판정위원회와 유사한 판정기구를 만들어 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부는 법 시행 전까지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준을 정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일부에서는 "시행령만으로는 법적 구속력이 부족해, 법원의 판단에 따라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윤 의원은 "가이드라인은 권고 수준에 불과해 구속력이 없다"며 "법 시행 전까지 최소한 사용자 정의, 교섭구조, 쟁의범위 등 3대 쟁점에 대해서는 입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하청노동자들이 대량 해고된 사건도 다뤄졌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이 고용승계 없이 해고당하면서 집단 충돌이 발생했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김 장관은 "종합감사 전까지 감독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안 역시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사건으로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이후엔 유사 분쟁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비정규직·하청·여성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실질적 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지만 핵심 쟁점들에 대한 해석과 기준이 분분한 상황에서는 법이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