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표준·공급망 구축 등 맞춤 전략
유라시아 수출축 각인… 순방 효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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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중동지역 일대는 최근 5년간 한국무기 수출 증가율이 3배 이상 치솟은 '블루오션'이다. 한국의 대(對)중동 무기 수출 규모는 2019년 2억4106만 달러(약 3550억원)에서 지난해 7억4748만 달러로 급증했다. 중동지역은 지역 내 분쟁이 잇따르고 노후화된 무기 교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K-방산의 '신속 공급·현지 맞춤' 역량이 중동국가들에 전략적 선택지로 작용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서 K-방산 전략모델을 제시함으로써 15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방산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협의한 '100년 동행 공동선언'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UAE는 이미 K-방산의 최대 수입국 중 한 곳이다. UAE는 2022년 4조6000억원 규모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MSAM) 천궁-Ⅱ를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UAE는 K9 자주포 도입 등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위해 국내 방산기업들은 공동개발 및 현지생산을 내걸고 '합작법인' 설립·기술이전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UAE에 정착할 전략모델이 성공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등 주변국들에게 미칠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 국방을 핵심 정책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해외 방산기업들과 협력을 추진 중인 만큼 현지화를 통한 'K-방산 전략모델'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사우디는 이미 2024년 4조2500억원 규모의 천궁-Ⅱ를 구매한 바 있어 K-방산에 대한 친근감도 있다. 사우디의 투자 여력과 한국의 일류 제조 능력이 결합하면, 중동 맞춤형 장비를 제3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확산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집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2022년 2월 2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K10 탄약운반차, K11 사격지휘장갑차 등 패키지 수출에 합의했다. 당시 K9 자주포 현지 생산에 합의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내년부터 이집트 현지에서 K9 자주포 양산을 시작한다. 이집트는 K-9 자주포 외에도 FA-50 경공격기와 공대지미사일 천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K-방산의 수출 확장성이 크다. 특히 이집트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수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이집트를 발판으로 K-방산이 아프리카 전 지역으로 저변을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24일 방문하는 튀르키예 역시 한국과의 방산협력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최근 이 대통령의 순방일정을 공개하며 "에너지, 방위산업 등 분야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양국 협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협정에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K-방산이 폴란드에 K2전차, K9자주포, FA-50 다목적 전투기를 수출하면서 보여준 현지화 모델이 중동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동·북아프리카 현지에 단순한 완성품 수출 단계를 넘어선 '지역 표준·공급망 구축'을 통해 중동·유럽·아프리카 전 지역을 향한 수출 교두보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 순방은 K-방산이 글로벌 산업플랫폼이자, 유라시아 수출축의 실질적 선두주자라는 점을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라며 "다만 이 모든 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제도적·금융적 지원을 비롯해 공급망·부품조달의 안정성, 기술·운영모델 고도화, 산업 생태계 동반성장 등이 장기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