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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쉬운 길 아니면 힘든 방식으로”, 군사 옵션 시사에 그린란드 정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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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11. 08:29

베네수엘라 이어 그린란드 '완전 소유' 위해 무력 옵션까지
그린란드 "미국의 경멸 끝내라"...WSJ "우방서 편입 표적"
유럽, '나토 병력 증강·독립 후 연합 모델'로 필사적 우회로 모색
TRUMP DEPARTUR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저택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UPI·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종료 직후, 북극의 전략적 요충지 그린란드를 향해 사실상 무력 사용을 시사하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미국인이 되기를 거부한다"며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밝혔고, 1951년 방위협정 체결 이후 안보 협력 관계였던 미국과 덴마크, 그리고 그란드의 관계는 냉전 이래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USA-TRUMP-GREENLAND-PARLIAMENT
2025년 3월 28일(현지시간) 찍은 그린란드 누크의 의회 이나치사르투트(Inatsisartut) 모습./로이터·연합
◇ 트럼프 "쉬운 방식 아니면 힘들 방식으로"...그린란드 '완전한 소유' 위해 군사 옵션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그린란드에 대해 단순한 기지 사용권이나 임대가 아닌 '완전한 소유권(Ownership)'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군사적 옵션까지 테이블에 올렸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난 합의를 타결하고 싶고 그게 쉬운 방식이지만, 우리가 쉬운 방식으로 하지 않으면 힘든 방식(Hard Way)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차지(take over)하게 두지 않겠으며 우리가 차지하지 않으면 그들이 차지할 것"이라면서 "그러니 우리는 그린란드와 관련해 그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무엇인가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주민이 미국의 그린란드 편입에 찬성하게 하기 위해 얼마를 지불하겠느냐'는 질문에 "난 아직 그린란드를 위한 돈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면서 향후 금전적 보상 문제를 논의할 여지를 남겼다.

그는 '미국이 덴마크와 체결한 방위협정 덕분에 그린란드에 군기지를 운영하는 등 군사 활동이 가능한데도 왜 굳이 소유하려고 하냐'는 질문엔 "소유해야 지킨다. 누구도 임차하는 땅을 영토처럼 지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유권은 단순히 문서에 서명하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과 요소들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J.D. 밴스 부통령은 지난 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그린란드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국가 안보를 위해 중요하다"며 "미사일 방어 체계 전체가 부분적으로 그린란드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5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진짜 문제는 덴마크가 도대체 무슨 권리로 그린란드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느냐는 것"이라며 "명백히 그린란드는 미국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Greenland US History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2025년 3월 28일(현지시간) 방문한 그린란드 피투픽 미국 우주군 기지./AP·연합
◇ 그린란드 초당적 대응 "미국인·덴마크인 아닌 그린란드인이길 원해...미, 경멸 멈춰라"

이에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자치정부 수반을 비롯한 그린란드 의회 5개 정당 대표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인도, 덴마크인도 되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린란드인이길 원한다"며 "그린란드의 미래는 그린란드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린란드 정당 지도자로서 우리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보이는 경멸(contempt)이 끝나기를 바란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린란드를 덴마크에서 분리한 뒤 미국에 편입하기 위해 주민 1인당 1만∼10만달러(1460만∼1억46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린란드는 18세기부터 덴마크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53년 본국으로 편입돼 덴마크에도 반감이 크다. 지난해 1월 여론조사업체 베리안이 그린란드 주민에게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56%는 독립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덴마크에서 독립해 미국에 편입되는 데는 85%가 반대했다.

그린란드
옌스 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자치정부 수반이 1월 5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연합
◇ 그린란드, 미 '영향권' 시나리오...그린란드 주둔 나토 병력 증강·독립 후 미와 경제·안보 연합·자원 접근권 보장

사태 해결을 위한 물밑 접촉과 다양한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다음주 덴마크 및 그린란드 측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유럽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유욕'을 충족시키지 않으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병력 증강, 그린란드 독립 후 미국과의 연합 등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정치적 충돌이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럽 관리들이 논의하고 있는 하나의 옵션은 미국이 굳이 그린란드를 '소유'하지 않아도 중·러를 견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그린란드 내 나토 병력 대폭 증강이라고 NYT는 전했다.

그린란드가 주민 투표를 통해 덴마크로부터 독립한 뒤, 미국의 영토가 되는 대신 미국과 안보·경제적으로 밀착하는 '연합' 형태를 취하는 방식으로 미국이 태평양 도서국들과 맺고 있는 자유연합협정(COFA)과 유사한 모델이 가장 정교한 해법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알렸다.

덴마크 왕립 국방대학 북극안보연구센터의 존 라벡-클레멘센 교수는 "상당한 당근을 제시하는 그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는 희토류 등 자원에 대한 미국 접근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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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왼쪽)가 2025년 4월 3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 인근 해상에서 국방부 순찰함 바에데렌호에 승선한 북극사령부 소렌 안데르센 사령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로이터·연합
◇ 그린란드, 미국의 우방에서 '타깃'으로… 공포와 반감 확산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린란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를 막는 연합군의 방파제였고, 냉전 시대엔 소련을 견제하는 자유 진영의 핵심 방어선 역할을 하면서 미국을 지켜주던 우방이었는데 이제는 미국의 점령 목표물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미국 자체보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고, 반미 감정도 고조됐다고 WSJ는 전했다.

한 그린란드 원로 정치인은 "이 상황이 지속되는 한, 우정은 사라졌다"며 "우리는 과거 소련을 바라보던 것과 같은 시선으로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스티븐 밀러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아내 케이티 밀러가 3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로 그린란드 지도에 성조기가 덮혀 있다.
◇ 덴마크의 '딜레마'와 내부 찬반 여론

덴마크는 미국의 압박에 맞서야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그린란드의 독립 요구라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미켈 베드비 라스무센 코펜하겐대 교수는 로이터에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지키기 위해 외교적 자산을 소진하고도, 결국 나중에 그린란드가 떠나버리는 것을 지켜봐야 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덴마크 내부에서도 "우리를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누군가를 위해 우리는 얼마나 싸워야 하나"라는 회의론과 "우리는 가족 관계,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오랜 관계를 말하고 있다. 이는 훨씬 더 큰 문제로 단지 국방과 경제가 아니라, 감정과 문화의 문제)"라는 정서적 반론이 맞서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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