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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이어 판사까지 ‘법왜곡죄’ 고소… 사법부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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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연 기자

승인 : 2026. 03. 16. 17:56

일부 무죄 판결 불복해 재판장 고소
김건희 재판 우인성 부장판사도 거론
고의성 입증 어려워 처벌 가능성 적어
수사기관 압박 '사법의 정치화' 우려
법 왜곡죄가 시행되자마자 사법부 수장이 고발당했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하는 과정에서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직 법관을 상대로 한 고소 사례도 등장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재판장을 수사기관에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다.

그야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법 왜곡죄 고소·고발로 이어지고 있다. 사법 판단이 수사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법관의 법리 해석을 경찰이 다시 들여다보는 말 그대로 '기이한' 상황이다. 실제 처벌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관의 내심을 범죄로 규명해야 하는 수사 자체의 난도가 극히 높기 때문이다. 결국 법 왜곡죄가 수사기관의 부담만 키우는 '정치적 고소·고발'의 수단이 될 거란 비판이 적지 않다. 판검사를 형사처벌로 압박해 결국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법 왜곡죄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 12일 이병철 변호사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을 법 왜곡죄로 고발했다. 이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형사재판에 관여하는 법관이 타인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서면주의 원칙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파기환송 당시 7만쪽 분량의 사건기록을 성실히 검토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위법하고, 관련 재판이 종료되지 않은 만큼 그 부작위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취지다. 경찰은 조 대법원장 사건을 16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이첩해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일선 법관에 대한 고소도 이어졌다. 강영권 전 에디슨모터스 회장의 '쌍용차 먹튀 의혹' 사건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김상연 부장판사가 그 당사자다. 피해 주주들은 김 부장판사가 피고인의 핵심 혐의인 배임과 입찰방해를 무죄로 선고해 논리적으로 모순된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지귀연 부장판사, 즉시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법 왜곡죄 고발 대상에 올랐다. 김건희 여사 재판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우인성 부장판사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의 법리 해석은 다양하다. 법관과 피고인 사이에 특수한 인적 관계가 있다거나 향응 제공 같은 명백한 정황 증거가 있지 않는 한 고의성을 입증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며 "아울러 형벌불소급 원칙에 따라 나중에 만들어진 처벌 조항으로 과거의 행위를 소급 처벌하는 것은 금지된다. 그 자체로 범죄 성립이 안되기 때문에 고소·고발은 각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법 왜곡죄가 실질적인 정의 구현보다는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압박하는 '정치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과 수사의 독립성을 흔들어 '사법의 정치화'가 심화할 거란 우려다. 차 교수는 "재판과 수사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불이익을 받는 쪽에서는 고소·고발을 제기할 거다.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 판결 등 형사절차 전 과정에서 고소·고발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라며 "공직자들이 위축될 거고, 결국 권력이나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단을 한 쪽이 처벌 대상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이 붕괴될 거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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