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파격 보상에도 명문화 고집… 반도체 골든타임 흔드는 삼성 노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331010009279

글자크기

닫기

이지선 기자

승인 : 2026. 03. 30. 17:56

삼성노조 협상 중단 선언 파장
사측, 성과급 상한 넘는 보상안 제시
노조 "사업부별 배분 등 제도화" 고수
업계 "황금알 낳는 거위배 가르는 격"
삼성전자 노조가 임금 교섭 테이블을 떠나면서 반도체 산업 '골든타임'에 기업 경쟁력을 스스로 흔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더욱 커진다. 회사 측이 성과급 상한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안을 제시했음에도 노조는 '명문화'를 명분 삼아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특히 올해와 같은 이례적 호황을 기준으로 성과급 구조를 고정할 경우, 불황기에 투자와 비용 조정이 어려워져 기업의 위기 대응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지속 가능성을 외면한 요구가 글로벌 투자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이번 교섭에서 기존 성과급 상한(연봉 50%)을 넘어서는 '특별포상'을 포함한 파격적인 보상안을 제시했다. 반도체(DS) 부문이 국내 1위를 달성할 경우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 경쟁사를 웃도는 수준의 보상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동일한 재원 비율을 적용할 경우 인원 규모가 더 큰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성과급 지급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 설계다. 이에 따라 실제 성과급 재원은 10%대 초중반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약 200조원임을 감안할 때, 영업이익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는 1인당 2억원 안팎의 재원이 마련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실제 지급액은 사업부·고과 등급별로 달라지게 된다.

다만 기존 성과급 체계에서는 연봉 50% 수준으로 상한이 제한돼 실제 지급액은 이보다 크게 낮아지지만, 이번 협상에서 회사가 특별 포상을 제안하면서 실지급액이 크게 오를 수 있게 됐다. 사실상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안을 마련한 셈이다.

또 메모리 사업부뿐만 아니라 시스템LSI·파운드리 등 적자 사업부에 대해서도 경영성과 개선 시 최대 70%대 성과급을 보장하는 방안을 포함해 사업부 간 격차를 최소화하려 했다. DS부문 내에서도 사업부별 실적 편차가 큰 상황에서 특정 사업부의 성과만을 기준으로 보상 체계를 고정할 경우 조직 내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여기에 물가상승률의 세 배 수준인 6%대 임금 인상과 함께 주택자금 지원, 출산 지원 확대, 자사주 지급 등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복지 패키지까지 제시하며 협상 타결 의지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노조는 영업이익 10%의 성과급 재원을 부문과 사업부 단위로 나누는 구조의 제도화를 요구했다. 당초 15% 재원화를 주장하다 10%로 낮췄지만, 배분 구조를 고정하는 방식을 고집하며 협상이 결국 중단됐다.

회사 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배분 방식이 적용될 경우 일부 사업부의 성과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실적 기준으로 단순 적용할 경우 기존 40%대였던 일부 사업부의 성과급이 10% 수준으로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사는 특별포상을 통해 실질 보상을 우선 확대하고, 제도 개편은 추가 논의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질적인 보상 확대보다 제도 변경에 집중하면서, 결과적으로 전체 임직원들의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사 간 입장 차가 '보상 수준'이 아닌 '제도 구조'에 집중되면서 협상 장기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재계에선 이번 사안이 산업 경쟁력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 이익을 투자 재원으로 축적해야 하는 '타이밍 산업'인데, 성과급 재원을 고정할 경우 불황기 대응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성과급 제도를 고정하려는 요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며 "협상 장기화는 결국 투자와 고용, 산업 경쟁력 전반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임직원 전체가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2026년 임금협상이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선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