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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인간 관계를 둘러싼 복잡한 감정과 구조를 '화살표'라는 기호로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허준은 작업실이 있는 경기도 양평 일대를 오가며 마주한 교통표지판에서 착안해, 방향을 지시하는 도형을 관계의 은유로 확장한다. 화면 속 화살표는 머리와 몸통이 과장되거나 뒤틀린 형태로 등장하며, 일정한 방향성을 상실한 채 서로 충돌하고 회귀한다.
작가의 대표적인 '관계의 방향' 연작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집약한다. 화면 중심의 원형은 관계의 출발점이자 감정의 응축된 공간으로, 그 내부에는 기쁨과 슬픔, 배신과 혼란 등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있다. 이로부터 뻗어나가는 화살표는 때로는 서로를 향하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거나, 반대로 엇갈리며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작가는 이를 통해 관계의 불확정성과 비가역성을 시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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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은 전통 한국화의 맥락 위에서 현대적 감각을 더해온 작가다.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의 후손으로, 수묵과 동양미학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개인의 내면과 감정을 투영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초기 '나무' 연작에서 드러난 의인화된 시선은 이번 전시에서 보다 추상적이고 기호적인 언어로 진화했다.
작가는 "관계의 방향은 누구도 단정할 수 없으며, 결국은 살아보아야 알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그의 화살표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끊임없이 흔들리고 되묻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의 구조와 그 불안정한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전시는 5월 11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