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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4선 승리 ‘역경의 아이콘’ 룰라…중남미 정치지형 변곡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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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기자

승인 : 2026. 10. 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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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민주화 이래 첫 역전승…브라질 최초 4선 대통령
개표 연장 속 접전 끝 정권 수성…남미 '블루 타이드' 제동
37.5% 관세 협상 등 대미 관계 개선 모색 등 과제
TOPSHOT-BRAZIL-ELECTION-RUNOFF-VOTE <YONHAP NO-5099> (AFP)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앞줄 왼쪽 두번째)이 25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 승리로 통산 4선에 성공한 뒤 브라질리아에서 제랄두 아우키민 부통령과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AFP 연합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결선에서 승리해 헌정사상 최초 4선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브라질 고등선거재판소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결선 투표에서 개표율 100% 기준 룰라 대통령은 득표율 51.79%(6425만6232표)로 상대 후보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48.21%, 5982만6041표)을 제치고 당선됐다.

이번 결과는 예상을 뒤집고 나왔다. 지난 4일 1차 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은 득표율 45.16%로 보우소나루 의원(47.03%)보다 약 220만표 뒤처진 2위로 결선에 올랐다.
1차 투표 2위가 결선에서 역전해 당선된 사례는 1985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룰라 대통령은 당선 후 연설에서 "우리는 이 나라를 운영하는 방식을 바꿔서 국민들이 결정 과정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할 것"며 "나는 2억1500만 브라질인을 위해 통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구성까지 2개월 동안 재계 지도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가난한 소작농 아들에서 4선 대통령으로 '역경의 아이콘'

1945년 페르남부쿠주(州)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룰라 대통령은 상파울루에서 땅콩장사, 구두닦이 등을 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14세부터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상파울루 인근 상 베르나르두 두 캄푸의 한 금속공장에서 일했다.

선반공으로 일하던 그는 19세였던 1964년 밤샘 작업을 하다가 왼쪽 새끼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겪었다. 1969년에는 직조공이었던 첫 부인이 임신 중 간염 진단을 받고 응급 제왕절개술을 받다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은 뒤 노조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금속노조 위원장에 오른 룰라 대통령은 1980년 상파울루시 인근 3개 지역 노조가 참여한 브라질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을 주도하며 얻은 명성을 기반으로 노동자당(PT)을 창당했고 1986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4번째로 도전한 2002년 대선에서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2006년 연임에 성공했고 경제 성장을 견인한 성과를 인정받았으나 퇴임 후 비리 혐의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2016년 뇌물수수,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형, 2018년 2심에서 징역 12년 1개월형을 선고받아 약 1년 7개월 간 수감됐다.

복역 중이던 2021년 절차상 이유로 유죄 판결이 무효가 된 후 그는 다시 대권주자로 떠올랐고 2022년 대선에서 강경 우파 진영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대통령을 꺾고 재집권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과 결선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투표 마감 연장에 개표 역전극까지 치열한 승부

이번 대선 결선은 개표 초반 앞서던 룰라 대통령이 선두를 내줬다가 다시 역전하는 등 마지막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접전으로 펼쳐졌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이날 두 후보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오후 5시였던 투표 마감 시각을 오후 7시로 연장했다. 룰라 대통령 선거캠프는 상파울루 등 주요 지자체가 유권자들의 이동을 방해하기 위해 고의로 이날 대중교통 배차를 줄였다며 긴급 가처분 신청을 냈다.

보우소나루 의원 캠프도 폭우·산사태 등 악천후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고등선거재판소에 시간 연장을 요청했고 전국 투표 시간이 기존보다 2시간 늘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에서 혼란이 발생해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개표 초반 앞서다가 개표율 14%가 지나면서 선두 자리를 내줬다. 격차가 1%포인트 넘게 벌어지자 승부의 추가 보우소나루 의원 쪽으로 기우는가 싶었지만 개표율 48%를 넘어갈 때쯤 다시 앞서면서 승기를 잡았다.

◇보우소나루, 대선 결과 불복 선언

보우소나루 의원은 선거 당일 발생한 혼란을 문제 삼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그는 이날 개표 후 기자회견에서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선거의 무효화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투표소 운영 시간 연장 결정을 두고 "경기 도중 규칙을 바꾼 것"이라며 "브라질이 이번 선거에서 벌어진 부정행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명확히 밝혀져야 할 사안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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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우파 바람 속 좌파 정권 수성

이번 대선 결과는 남미의 우파 바람, 이른바 '블루 타이드' 속에서 좌파 진영이 정권 수성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지난해 1월 이후 남미 대륙에는 우경화가 확산됐다. 에콰도르, 볼리비아, 온두라스, 칠레,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페루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모두 우파 또는 중도우파 지도자가 승리했다.

지난 7월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Datafolha)가 실시한 조사에서 브라질 국민 가운데 정치적 가치관이 우파에 가깝다고 답한 비율은 약 44%로, 좌파에 가깝다고 답한 비율(약 39%)을 웃돌았다. 이는 2022년 조사에서 나타난 좌우 진영 간 우세 구도가 뒤집힌 것이다.

브라질 역시 이번 대선에서 우파 진영에 합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전이 일어났다. 사회적 불평등 해소, 빈곤 퇴치를 최우선 가치로 삼은 유권자가 더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우파 진영에서 내세운 강경한 공권력 행사와 같은 치안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사회적 불평등과 범죄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우파의 시장 개방 및 재정 긴축 정책이 공공 서비스를 축소하고 사회 안전망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와 대립 속 관세 협상 과제

이번 대선 결과가 블루 타이드의 뒷배가 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남미 정책 방향에 어떤 변화를 미칠지도 주목된다.

룰라 대통령의 대미 정책은 주권 수호를 내세워 미국의 압박에 맞서면서도 외교를 통해 경제적 실익을 얻기 위해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선으로 브라질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남미 우파 연대 구상에 제동을 걸었지만 관세, 핵심 광물 공급망 등과 관련된 해결 과제가 남아 있다.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양국 관계의 최대 현안으로 고율 관세 협상을 꼽았다. 미국은 브라질산 제품에 37.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브라질은 미국의 압박에 대한 반발을 이어가면서도 수출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관세 완화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 정치적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룰라는 선거 과정에서 미국의 중남미 정책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다만 관계가 전면적인 대립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 일부 관계자들이 룰라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미 행정부의 상당수 인사들은 브라질에 별다른 관심이 없으며 미국의 요구에 협조하려는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우선시한다는 전언이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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