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한국법조 영욕의 60년] 오심의 역사-1. 오송회 사건

*[한국법조 영욕의 60년] 오심의 역사-1. 오송회 사건

기사승인 2011. 07. 04. 08:4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26년만에 무죄...재심 재판부 "옛 법원 대신해 사죄"

 



유선준 기자] 법원의 오심은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범죄행위다. 행정부나 입법부의 오판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를 통해 바로잡을 기회라도 있지만, 사법부의 오심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바로 잡을 기회조차 없다. '거짓과 진실이 뒤바뀐' 오욕과 억울함만 역사로 남는 것이다.

특히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부 시절 남북 대치를 빌미로 정권에 적대적인 진영의 인사들을 숙청하기 위해 조작된 용공 사건들의 실체가 1987년 민주화 이후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등을 악용한 것은 경찰과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검찰 등 수사기관만이 아니었다.

당사자들과 국민들을 더욱 암울하게 만든 것은 권력 앞에 무릎꿇고 법복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과 폭압에 눈감은 사법부와 판사들이었다.

사법부 스스로도 이런 역사의 과오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사법 조작사건에 '공범'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 법정에서 공개 사과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대표적인 '번복판결'이자 '사과 판결'이 ‘오송회 사건’ 재심이다.

 ‘오송회 사건’은 1982년 전북 군산시 군산제일고 전·현직 교사로 구성된 독서 모임 회원 9명이 4·19 기념행사와 5·18 추모제를 지냈다며 공안당국이 이들을 ‘용공분자’로 내몰면서 터졌다.  

공안당국은 교사들이 불온서적으로 분류된 시를 낭송해 정치 현실을 비판했다며 이들의 모임인 오송회를 반국가 단체로 규정했다. 5명의 교사가 소나무 아래에 모였다는 의미에서 ‘오송회’라고 칭했다.

 

이 사건으로 이광웅씨 등 교사 8명과 조성용 당시 KBS 남원방송국 방송과장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경찰의 고문을 당하며 수사를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관련자들에게 1983년 12월 27일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피해자들 중 최고형인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이광웅 교사는 1987년 7월 사면조치로 4년 8개월 만에 석방됐다.

 

이후 ‘오송회 사건’ 피해자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규명 운동’을 펼쳤다. 

2007년 6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전형적 용공조작 사건으로 규정, 법원에 소원을 청구해 2008년 11월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무죄판결을 냈던 광주고법 형사1부(이한주 부장판사)는 “수사기록과 법정진술 등을 종합할 때 조씨 등에 대한 당시 검찰과 경찰의 조서는 고문·협박·회유에 의한 것으로 증거 능력이 없다. 조씨 등이 당시 불온서적으로 분류된 김지하 시인의 시 ‘오적’과 월북시인 오장환의 ‘병든 서울’을 읽고 암울한 정치적 현실을 비판했지만 북한의 정책과 사상을 동조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겠지’ 하는 기대감이 무너졌을 때 느꼈을 억울한 옥살이로 인한 심적 고통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동안 고통에 대해 옛 법원을 대신해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이 사건을 계기로 재판부는 좌로도, 우로도 흐르지 않는 보편적 정의를 추구 하겠다”고 법원의 이례적 반성을 보여줬다.

 

‘오송회 사건’ 피해자 조성용씨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사법부의 오판을 놓고 재심 재판부가 공개 사죄해 ‘오송회 사건’ 피해자 모두가 놀랐다”며 “제5공화국 시절 경찰의 고문으로 사건이 조작됐고, 당시 재판부도 정부의 뜻에 따라야하는 상황이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재판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피해자들도 억울함이 컸지만 피해자들의 가족들도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며 “내가 출소를 한 후 이사를 갔지만 내 자식들이 동네사람들에게 ‘빨갱이 자식’ 소리를 들으며 상처를 받았고 국가보안법에 걸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가족들이 힘들어 했다”고 털어놨다.

 

또 “피해자 식구들에 대한 정신적 피해를 국가를 상대로 현재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고법에서 ‘국가가 피해자 가족들에게 위자료와 이자 15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이제 대법원 판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송회 사건’ 피해자 가족 33명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은 1심에서 207억원의 배상판결을 받았다. 2심인 서울고법도 지난달 29일 '국가는 위자료와 이자 150여억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서울고법 제32민사부(김명수 부장판사)는 “이씨 등은 영장 없이 강제연행 돼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변호인이나 가족의 접견·면회를 금지 당했고 고문과 회유·협박으로 겁에 질린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이뤄졌고 피해자가 석방 후에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주변 인물이 간첩의 가족이라는 멍에를 쓰고 살아야 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댓글
기사 의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