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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마지막 비서실장 김계원 “남북 정상 만나 민족문제 해결해야”

박정희 마지막 비서실장 김계원 “남북 정상 만나 민족문제 해결해야”

기사승인 2013. 03. 1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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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충돌·정치갈등 해법’ 국가원로에게 듣는다…강영훈 전 총리- 김계원 전 비서실장 특별대담
강영훈 전 국무총리(왼쪽)와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서 특별대담을 갖고 있다./ 이병화 기자photolbh@

아시아투데이 김종원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민의 큰 기대 속에 취임했다. 하지만 북한 3차 핵실험과 연이은 도발 위협으로 남북관계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여야 정치권은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국무위원 인선을 싸고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북한의 ‘벼랑 끝’ 도발 위협과 여야 충돌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박 대통령이 이 국가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 지 강영훈 전 국무총리(91)와 김계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90)을 초빙해 10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창군동우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특별 대담을 통해 들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인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실장은 오는 26일 오후 5시 전쟁기념관 뮤지엄 웨딩홀에서 자서전 ‘더 파더(the Father) 하나님의 은혜’ 출판기념회를 연다.

김 전 실장과 각별한 사이인 강 전 총리는 우리 군 탄생의 산파역을 한 창군 동우다.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김 전 실장(예비역 육군 대장) 군번이 10035번이며, 육군사관학교 교장으로 예편한 강 전 총리(예비역 육군 중장) 군번은 10101번이다. 강 전 총리는 분단 후 처음으로 1990년 9월 남북고위급회담을 위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3차례 북한과 회담을 한 남북관계의 산증인이다. 대한적십자사 총재직을 맡아 6년간 대북 지원 사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현재 두 사람은 과거 시대와 역사를 뛰어 넘어 국가를 위한 소명을 다했다는 소중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으로 남북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박 대통령도 남북관계 해법에 적지 않은 고민이 있는 것 같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강영훈 “우리 국민 모두가 긴장이 고조되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왜 긴장이 계속 고조돼 왔느냐에 대한 원인을 면밀히 규명해야 한다. 그러면서 그 원인을 하나 하나 제거해 나가야 한다. 국민들은 우리 민족이 통일된 국가를 건설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민족의 지도자들이 큰 사명을 갖고 올바른 통일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잡아줘야 한다. 북한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서로 조화롭게 가면서 우리가 도울 것은 도와야 한다.”


김계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진행된 강영훈 전 국무총리와의 특별대담에서 말하고 있다./이병화 기자photolbh@

-첨예한 대치 상태에 있는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박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제1 비서를 만나야 한다고 보나.

김계원 “우리 국민들은 모두 남북통일을 바라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리 민족이 하나가 돼야 한다. 결국은 남북정상이 만나야 해결이 된다고 본다. 남북정상회담의 형식과 모양은 다르더라도 자꾸 만나야 통일이 될 것이다. 통일은 꼭 돼야 하고 빨리 돼야 한다.”

강영훈 “공감한다. 남북 정상이 어떤 식으로든 만나야 한다. 북한이 공산주의적 시각에서 통일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 우리 민족 자체를 위해서도 북한 사람들의 생각이 잘못됐다. 하지만 남북이 서로 힘을 합쳐 통일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자주 왔다 갔다 해야 한다.”

-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장관 임명을 앞두고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날카롭게 충돌하고 있다. 정치권이 어떻게 해야 하나.

김계원 “사실 여성이 우리나라 처음으로 대통령이 돼 참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치인들은 여성 대통령의 약점이 뭔지 그것만 찾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은 남을 공격하는 것을 자기 정치의 무슨 파워인 양 생각하는데 그 점을 고쳐야 한다. 

혹시 어려움과 약점이 있으면 그것을 어떻게든 도와줘서 이 나라가 잘 되도록 해야 하는데 잘못되기만 바라고 있다. 그러다가 나라가 걷잡을 수 없이 망하면 방법이 없다. 정말 걱정이다. 여성이 대통령이 된 상황을 이용해 덕을 좀 봐야겠다는 정치인들밖에 없다. 정치인들이 정말로 조금이라도 뭘 도울 수 있는지 이것부터 생각해야 한다.”

강영훈 “남성들도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여성이 한 번 해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여성 대통령을 국민들이 뽑아 줬다. 그동안 남성들이 부족하고 잘하지 못한 부분을 꼼꼼히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정치인도 변해야 하고 고집을 부려서는 안된다. 세계가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에 우리 민족과 남북이 서로 이해하고 통합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롭게 노력해야 하며 우리 민족이 그런 시대 흐름에 반하는 ‘바보 같은’ 민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가 10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진행된 김계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특별대담에서 말하고 있다./이병화 기자photolbh@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뒤를 이어 딸인 박 대통령이 국군 최고통수권자가 됐다. 지금 한반도 안보 상황이 큰 위기를 맞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잘 헤쳐 나갈 것으로 보나. 

김계원 “박 대통령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도 첫마디가 ‘북한은 괜찮습니까?’고 염려할 정도로 항상 머릿속에 국방이 가장 먼저였다. 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잘하려고 발버둥을 칠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는 절대로 안된다. 한국 사람들은 말로는 안 그런다 하면서도 남이 실패하기만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여성이 국군통수권자가 됐기 때문에 이젠 나라를 지키는 것이 내 남편과 아들, 남성들만이 아니라 아내와 딸, 손녀도 전쟁이 나면 나가야겠다고 국방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낄 것이다. 남성과 여성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가 국방에 대한 각오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한 정부가 성공하려면 대통령도 잘해야 하고 국민도 잘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강영훈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남성보다 여성이 꼭 잘한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다만 그 누구보다 새로 대통령이 된 박 대통령이 우리 사회 여러 현안과 갈등, 남북문제를 잘 풀기 위해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비록 혼자지만 올곧고 착실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나랏일을 점차적으로 잘 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들도 잘 되리라 굳게 믿고 새로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합심해서 새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데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

김계원 “미국처럼 기초가 탄탄한 나라도 여성이 대통령을 한다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물며 북한처럼 저렇게 강력한 적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보다 남다른 결심과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자꾸 남 못하는 것만 비판하고 흠집을 내려하지 말고 올바로 잘하는 것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 

아울러 훌륭하게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도 국민들이 성원하고 칭찬해 줘야 한다. 지금처럼 시련기에는 국민들이 더욱 자각해서 모두 잘해야 한다. 언론도 이 나라가 잘 갈 수 있도록 올바로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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