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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 헌재소장, ‘3월 13일’ 이전 선고를 말해야 했을까

[칼럼] 박 헌재소장, ‘3월 13일’ 이전 선고를 말해야 했을까

기사승인 2017. 02. 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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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한다. 우선 그가 지금까지 중책을 큰 허물없이 수행해준 데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한다. 아마도 그처럼 퇴임사에 국민들이 주목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그가 퇴임하게 되었고 일전에 그가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해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의 발언은 재판관 숫자의 확보를 위한 선고일자의 사전결정이 실체적 진실의 규명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그의 취지는 이렇다. 현재 9명의 헌법재판관이 심판을 하는데 자신의 후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정미 재판관마저 3월 13일 퇴임하면 9명이 해야 할 심판을 7명이 하게 된다. 이것이 심판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퇴임사에서 국가중대 사안인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소장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진행되도록 방치한 정치권에 대해 비판하고 재판관 공석 방지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헌법을 지키는 최종보루인 헌법재판소의 소장이 궐위가 되는 '헌법비상' 사태인데도 빨리 그 자리를 메우려고 하지 않는 정치권에 대해 그가 비판한 데 대해 수긍한다. 그렇지만 특정한 날짜를 정해서 그 이전에 탄핵심판을 선고하지 않으면 재판에 흠결이 있는 것처럼 그가 발언한 것은 과도했다. 그의 발언 이후 벌써 대통령 탄핵을 기대하는 언론들은 5월 '벚꽃' 대선이라는 말을 퍼트려서 헌재의 대통령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언론이 헌재 이전에 선고를 한 것 같은 이런 사태는 박한철 헌재소장이 바라던 바가 아닐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중요성이 요즘처럼 부각되는 때도 없었다. 대통령 탄핵심판과 같은 국가의 중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입법부 독주 방지의 문제도 헌법재판관들의 손에 달려있다. 최근 국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법률들을 생산해 내고 있어서 국민들은 어떤 행위가 위법인지에 대해서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할 지경이다. 법률전문가들이 국민들의 과잉범죄화를 우려할 정도다. 최근 이와 관련해 소위 김영란법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성을 심사받았지만 합헌 판결을 받았다. 과연 얼마나 임무를 잘 수행하는지는 별개지만 헌법재판소는 입법부가 다수가 찬성한다는 이유로 아무 법률이나 양산하지 못하도록 위헌성을 판결할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때로는 추상적으로 표현된 헌법에 구체적 의미를 부여한다. 한마디로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해석하고 규정함으로써 이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헌법재판소 소장의 임기가 다 되었는데도 정치권이 이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는 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숫자를 채우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보다 시위대의 숫자나 주장 그리고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헌법재판관들 각자가 오로지 헌법에만 의지해서 판결을 내리는 자세를 견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할 때 국민들도 헌재의 사법적 판단을 기다릴 것이다.
 

과연 국민들이 헌법재판소와 재판관들이 독립적 판단을 한다고 여기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촛불집회든 태극기집회든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게 원칙이다. 이런 원론적 문제제기에 대해 최근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분은 이렇게 말했다. "헌법재판소도 헌법을 자구 그대로 해석하려고 하기보다는 시류에 편승하려는 기회주의적 속성이 있다. 헌법재판소가 그런 숫자를 은연중 헤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혹시 촛불집회의 과장된 숫자에 헌재가 영향을 받을까 우려해서 태극기 집회에 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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