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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연암 박지원, 로베스피에르, 그리고 조지 워싱턴

[칼럼] 연암 박지원, 로베스피에르, 그리고 조지 워싱턴

기사승인 2018. 12. 3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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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심의실장
2019년이 밝았다. 지나간 2018년은 되돌릴 수 없다. 그런데도 이를 회고하는 것은 옛 잘못을 살펴서 더 나은 내일을 맞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관심을 가진 분야가 다른 각 개인들마다 회고의 감회가 다르겠지만, 국가의 경제정책을 다루는 이들이 지난해 ‘경제원리’의 무서움을 잘 체득하였기를 바란다. 그래야 가격 통제에 따른 잘못된 귀결을 반면교사 삼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화의 가격에 대한 특별한 통제는 없었기 때문에 지난해 무슨 가격 통제가 있었느냐고 의아하다면, 최저임금의 대폭인상을 떠올리면 된다. 최저임금 즉, 노동 서비스에 대한 시간당 가격인 시급의 대폭적인 인상이 바로 대표적인 가격통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격통제의 파괴적 효과에 대해서는 이미 경제학자들이 잘 정리해뒀다. (Schuettinger 외, 《Forty Centuries of Wage and Price Controls: How Not To Fight Inflation》, Heritage Foundation, 1979)

“연암 박지원과 로베스피에르”(《스토리 시장경제》 한국경제교육연구회 2012)의 이야기도 가격규제와 관련해서 음미해볼 만하다. 내용은 이렇다. 한양에 기근이 들어 쌀값이 폭등하자 한성부윤이 곡물의 가격과 매입량을 통제하려고 했다. 《열하일기》로 유명한 실학자 연암 박지원은 이에 반대했다. 그렇게 하면 각지에서 곡물을 싣고 한양으로 향하던 배들이 뱃머리를 돌려 기근의 고통이 커질 뿐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프랑스 공포정치 시대의 로베스피에르는 연암과는 반대로 가격통제에 나섰다. 우유 값이 비싸서 가난한 이들의 아이들이 충분한 우유를 먹지 못한다고 본 그는 우유에 최고가격 통제를 가했다. 그렇게 하자 비싼 돈을 준다고 해도 우유를 구할 수 없는 우유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과격한 최고가격 책정에 우유를 팔겠다는 사람은 사라지고 우유를 사려는 사람은 장사진을 쳤기 때문이다.

로베스피에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통제가 통제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져버렸다. 그는 최고가격에 우유가 공급되지 않는 이유가 사료 값을 주고는 그 가격에 우유를 공급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료에 대한 최고가격을 실시했다. 그렇게 하자 로베스피에르의 기대대로 사료가 최고가격에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사료가 시장에서 사라지는 사료 품귀현상이 벌어졌다. 사료가 들어가는 모든 식료품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후일 단두대로 끌려가는 로베스피에르에게 파리 시민들은 ‘저기 최고가격이 지나간다’며 저주를 퍼부었다고 한다.

이와는 달리 영국과의 독립전쟁 당시 조지 워싱턴은 군수물자를 가격통제를 통해 쉽게 조달하려고 했다가 군수물자 확보가 오히려 더 어려워져서 군인들이 기아로 내몰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배하자 이런 어리석음을 더 이상 저지르지 않음으로써 더 이상 군수물자의 부족 문제에 봉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저임금도 노동에 대한 가격을 최소한 얼마 이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런 임금을 줄 수 없는 업체들은 문을 닫아야 하고 노동에 대한 수요는 그만큼 감소하고 그 감소분만큼 실업이 뒤따른다. 이렇게 생긴 문제를 또 다른 가격통제, 즉 카드사의 수수료율의 인하나 배제로 푸는 것은 로베스피에르가 우유의 최고가격에 따른 문제를 사료에 대한 최고가격으로 해결하려는 것과 닮았다. 처음부터 로베스피에르의 옹고집이 아니라 연암 박지원의 지혜를 발휘했더라면 좋았겠지만, 2019년부터라도 워싱턴처럼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를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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