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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존 볼턴 회고록의 행간(行間)

[이효성 칼럼] 존 볼턴 회고록의 행간(行間)

기사승인 2020. 07.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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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전 방송통신위원장
북·미, 톱다운 방식으론 실질적 성과 기대 어려워
정상회담 전, 먼저 실무 담당자 만나 합의 이뤄야
한국, 중국·러시아·일본과 북핵 공동 입장 마련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던 존 볼턴이 회고록을 출간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자기를 임명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에게 불리하거나 언행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회고록이 출간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볼턴은 메모광으로서 미국의 국가안보라는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관계자들의 언행을 자세히 기록하며 평가하고 있다.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남·북·미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그의 회고록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무엇이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지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볼턴은 미국의 ‘네오콘’, 신보수주의자의 한 사람이다. 네오콘은 세상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보는 성향, 외교적 해법에 대한 불신, 군사력 사용의 용의성, 미국의 일방적 행위에 대한 강조, 다자적 조직에 대한 경멸 등의 특성을 지닌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미국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경쟁자의 출현을 막으려는 정책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은 네오콘만의 것이 아니라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미국 대외전략가들의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런 사고방식은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볼턴의 회고록에도 이런 네오콘적인 면모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북·미, 정상회담 전 실무 합의 이뤄야 성과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지도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책을 선거 약 반년 전에 출간함으로써 트럼프의 재선을 막으려고 작심한 듯하다. 그는 미군의 해외 주둔이 미국의 세계전략이 아니라 주둔국의 방위를 위해서인 것으로 알고, 주둔비 플러스(+) 50%를 더 받아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문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도 그 주문에는 별로 개의치 않는 자세를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재선을 위해 김정은과 거래를 하려는 트럼프에 맞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의 선결을 주장하는 집요한 모습을 보인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세 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데에는 그를 포함한 미국 실무자들의 그런 자세가 한 몫 했다.

볼턴의 회고록은 남북 협력, 나아가 한반도 통일을 우선시 하는 한국의 이해관계와 북한의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인 미국의 입장에는 남북 협력이나 한반도 통일은 거의 안중에도 없다. 그것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후에나 논의될 수 있는 문제다. 이 점을 도외시 하고 아무리 정상 간의 회담을 많이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설령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일괄타결 대신 단계적 접근으로 가는 방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실무선에서 먼저 합의하고 정상들이 만나 서명해야 한다. 실무선에서 그 어떤 합의를 위한 노력도 없이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먼저 정상 간에 양해를 얻는다 하더라도 실무선에서 반대하면 성사되기가 어렵다. 실제로 그런 노력이 부족했던 북·미 정상회담은 소기의 성과가 없다. 정상회담 전에 먼저 실무 담당자들과 합의를 이뤄야 하는 이유다.

한국, 중국·러시아·일본과 북핵 공동 입장 마련

볼턴의 회고록에는 북·미 회담에 관해 일본의 수상이나 실무자가 수시로 미국 관계자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하고 볼턴은 그 입장에 동조하는 자세를 보인다. 볼턴의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의 주장이 미국의 입장에 더 부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북핵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은 일본을 비난하기 전에 일본과 좀 더 긴밀한 우호관계를 수립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공동의 입장을 마련하고 배후에서 어깃장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그런 노력 없이 북핵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북핵문제 해결 없이 남북 협력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볼턴의 회고록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행간(行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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