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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자살골

[아투 유머펀치] 자살골

기사승인 2021. 08. 0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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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현재 언론사 중견 간부로 활동하고 있는 O병구라는 후배 기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학교에 가면 반 아이들이 자꾸만 ‘방구 방구 O방구’라고 놀리자, 속이 상한 나머지 할머니에게 일러줬다. 조선시대 영남 사림파의 시조로 역사적인 인물의 후손인 영특한 맏손자가 놀림을 당한다는 소리에 분기탱천한 할머니가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 항의를 했다. 교장 선생님은 정중하게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전교생이 모인 월요일 아침 조회시간에 교장 선생님은 훈시를 하면서 특별한 당부의 메시지를 남겼다. “O학년 O반 O병구 학생을 ‘방구’라고 놀리면 절대 안 된다”는 말씀이었다. 그런데 그게 반 아이들만 알던 ‘방구’라는 별명을 전교생에게 홍보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때부터는 마주치는 학생들마다 힐긋거리며 키득키득 웃는 바람에 더 심한 홍역을 치렀다는 얘기를 듣고 박장대소를 한 기억이 있다.

손자 사랑이 듬뿍 담긴 선한 목적의 자충수를 어찌하겠는가. 그러나 세상에는 상대방을 해하려는 악의적인 전술이 되레 자살골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체결한 ‘베르사유 조약’이 유럽의 자살골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최대의 피해국인 영국과 프랑스 총리는 독일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초강경책을 내놓고 이를 선거 홍보전략으로도 활용을 했다.

감당이 어려운 천문학적인 전쟁 배상금을 떠안은 독일은 돈을 왕창 찍어 갚는 방법을 택했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로 망조가 든 독일 경제의 파국은 유럽의 경제를 뒤흔들었다. 더구나 독일에 히틀러를 등장시키며 유럽은 더 큰 재앙을 초래하고 말았다. 독일을 파멸시키려던 비현실적 감정 배설의 대가는 가혹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살골이란 축구 경기에서만 어쩌다 일어나는 게 아니다.

‘친문(親文) 적자’로 불리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자, 여권 대선 주자인 김두관 의원이 경쟁 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원망하며 ‘3번 자살골을 터뜨린 해트트릭 선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 주자 육성, 드루킹 특검 수용’을 일컫는 것이다. 민주당발 자살골·자책골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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