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의 여파가 배터리 소재 시장까지 몰아치고 있습니다. 비주류 사업을 잘라내고 투자를 축소하며 장기 생존을 모색하는 게 최근 배터리 소재 업계 트렌드입니다. 특히 배터리 음극재용 소재인 '동박' 업계는 쌓인 재고를 싼 값에 팔아넘겨 처분하거나, 일단 고객을 잡기 위해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후문이 들려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차세대 동박을 개발해내는 등 약진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롯데케미칼의 동박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인데요. 이 회사가 '사막에 핀 꽃'처럼 꿋꿋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업계에선 탄탄한 고객사를 비결로 꼽습니다. 롯데는 지난해 3월 동박 생산 기업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뒤늦게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롯데는 후발주자라는 타이틀,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려는 듯 북미·유럽 등지의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섰는데요. 그 결과 현재 GM·스텔란티스·BMW 등 전기차 판매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업체들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2분기 흑자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도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사인 얼티엄셀즈향 매출이 크게 기여했습니다.
업계가 워낙 어려운 만큼, 잘 버텨온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하반기부터는 고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말부터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첫 미국 합작법인에 동박 물량 상당량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며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배터리 제조업을 영위하지 않아 고객사 확보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해외 사업 파트너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선택한 건 경쟁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캐즘이 무색한 미래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글로벌 1위 기업으로의 도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고체용 니켈도금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전고체는 기존 이차전지에 비해 안전성과 효율을 크게 높인 차세대 배터리로, 국내 배터리사들이 사활을 걸고 개발중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미래 시장 선점도 기대해 볼 만 합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관계자는 "타 업체 대비 실적 방어를 해내는 상황으로 분석된다"면서도 "회사 역시 위기감을 느끼며 수익성 방어의 고삐를 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건전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