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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김남호 DB그룹 회장 ‘부활 드라이브’…금융에서 수익성 확보, 반도체는 투자

[마켓파워] 김남호 DB그룹 회장 ‘부활 드라이브’…금융에서 수익성 확보, 반도체는 투자

기사승인 2022. 07. 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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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반도체 설계' 분사 검토
전문성 강화해 그룹 성장 가속화
금융 치우친 수익구조 다변화 급해
"제조업 일으켜 양대축 강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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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 DB그룹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집중 관리를 통해 그룹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DB그룹은 크게 금융 부문과 제조·서비스 부문으로 양분되는데 제조 부문을 끌어올려 균형을 맞추는 그림이다.

DB그룹은 동부그룹 시절 동부제철·동부대우전자 등 굵직한 제조 회사들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대부분 매각하는 중에도 DB하이텍은 끝내 보유하고 있었다. 제조는 DB하이텍만 남고 금융이 사실상 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와중에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회장이 이를 이어받아 재건 임무를 맡게 됐다. 김 회장으로서는 제조 부문에서 DB하이텍으로만 그룹의 성장을 이끌어야 했는데, DB하이텍이 과거 부진을 딛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결실을 내 향후 그룹 성장에도 가속을 붙일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향후 반도체 부문 집중 투자도 점치고 있다. 최근 나온 DB하이텍의 반도체 설계 사업 분사 가능성도 이와 연관된다. 진통은 예상되지만 분사를 통해 파운드리와 반도체 설계가 각각 안정적으로 운영, 보다 전문화할 수 있다는 예상효과를 고려한 방편이다. 특히 DB하이텍은 제조부문 지주사 격인 DB Inc가 지분 12.42%를 보유하고 있으며, DB Inc는 김 회장이 지분 16.83%를 들고 있어 앞으로도 면밀한 전략이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DB손해보험과 DB하이텍의 영업이익은 각각 5000억원대에서 1조원대로, 1000억원대에서 3000억원대로 곱절의 성장을 했다.

특히 DB손해보험의 성장률이 가팔랐다. 2019년 영업익 5089억원에서 지난해 약 2배 오른 1조1084억원을 기록해 '영업익 1조원'을 달성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2.73%에서 5.31%로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2019년보다 129.6% 증가한 8729억원을 기록했다.

DB하이텍은 영업이익 규모로만 보면 DB손해보험의 약 3분의1 수준이지만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991억원으로 2019년 대비 120.1% 증가했다. 증권가에서 예측하는 올해 영업이익은 7500억원대로 전망치대로라면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성장하게 된다.

DB하이텍의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수익 구조가 금융부문에 치우친 점은 김 회장의 경영 과제이기도 하다. 과거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위축됐던 DB그룹은 현재 금융 계열사들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버팀목을 해왔다. 이제는 제조업을 다시 일으켜 그룹 전체의 양대 축 역할을 강화할 때라는 판단이다.

전날 공시된 DB하이텍의 반도체 설계 사업 분사 검토 소식도 이와 연관된다. 반도체 사업에 보다 정교한 경영 전략을 반영해 전문화 작업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다. 회사 측은 이러한 방안을 포함해 해당 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다양한 전략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DB그룹 관계자는 "(현재 검토 중인 분사는) 브랜드 사업부를 떼서 파운드리 부문에는 더 커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브랜드 사업은 더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분사 작업이 이뤄지면 고객사 입장에서는 DB하이텍의 제조와 설계가 분리된다. 이렇게 되면 설계도를 파운드리에 맡겨야 하는 고객사 팹리스 기업으로서는 보다 안전하다는 인상을 받게 돼 사업의 성장 여지도 더 크다는 판단이다. 설계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은 설계 전문사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복안인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DB하이텍의 주가는 1.59% 상승한 4만1450원에 마쳤다. 전날 무려 16% 급락했던 것에는 못 미치지만 보다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다만 과거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분사 계획을 밝혔을 때 주가가 요동치고 주주 반발이 있었던 것처럼, DB그룹 역시 분사 계획을 확실히 한다면 주주 설득 과정이 동반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DB하이텍의 주식은 올해 1분기 기준 소액주주 비율이 67.6%다. 또한 9.58%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찬성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김 회장으로서는 DB Inc의 지주사 전환 이슈도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 회장은 DB하이텍 보유 지분은 없지만 DB Inc의 지분 16.83%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다. DB Inc는 DB하이텍의 모회사이자 사실상 지주회사로, 지난해 연말 지주회사 성립 요건을 충족했다. 지주회사가 되면 자회사 지분을 30%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기준으로서는 17% 이상 더 매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때 업계에서는 그룹이 DB하이텍의 매각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지만 그룹 측은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DB그룹 관계자는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왔다"면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충분히 대처해 나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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