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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민원 처리 소홀해 기소된 공무원…대법 “직무유기죄 성립 안 해”

[오늘, 이 재판!] 민원 처리 소홀해 기소된 공무원…대법 “직무유기죄 성립 안 해”

기사승인 2020. 12. 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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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공무원이 업무 의식적으로 방임한 것 아니라면 직무유기죄 성립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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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맡겨진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태만하게 처리했다고 해도 ‘직무유기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형법 122조 직무유기죄가 ‘직무를 유기한 때’를 공무원이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할 의지를 보였다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무원 오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충남의 한 시청 공무원인 오씨는 2015년 1월~2018년 1월 건축허가과에서 근무하며 건축신고업무를 담당했다.

오씨는 2017년 10월 민원인 A씨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보령시 천북면 하만리 일대에서 증축 중인 축분장(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과 관련해 설계도와 다르게 시공되고 있다는 민원 신고를 받았다.

하지만 오씨는 2개월이 넘도록 현장을 방문해 위법사항을 확인하지 않았고, 건축주로 하여금 공사를 중지하거나 건축물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후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오씨가 민원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직무를 저버렸다며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오씨의 행위는 건축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국가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어 직무유기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은 판결을 뒤집고 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씨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아 적절한 직무수행에 이르지 못했다고 볼 수는 있어도 직무를 유기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씨가 민원을 받은 뒤 시설 건축물을 담당한 건출 사무소 직원에게 확인 조치를 요구하는 등 업무를 처리할 의지를 보인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술하는 업무환경, 업무관행, (후임자에게 민원이) 이관된 후 업무처리 경과 등을 참작했을 때 오씨가 민원 사항에 대해 민원인이 만족한 만한 수준으로 신속하게 하지 못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의식적으로 관련 업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민원인이 오씨를 찾았을 당시 서면으로 민원을 제출하지 않았던 점 △오씨가 민원 사항과 관련한 도면 및 사진자료를 제출받지 못한 채 스마트폰 사진만을 보며 설명을 들었던 점 등을 들어 오씨가 정확하게 민원 사항을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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