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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대법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 ‘지명수배’도 위법한 공권력 행사”

[오늘, 이 재판!] 대법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 ‘지명수배’도 위법한 공권력 행사”

기사승인 2023. 04. 0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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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관수씨 간첩 지령 내린 인물로 지명수배돼
1998년 기소유예…2018년 국가 상대 손배소
1·2심 "불법구금 등 위법하나 지명수배는 아냐"
대법 "지명수배도 위법…직무집행 전반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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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에서 정부의 허위 수사 결과 발표와 보도자료 배포뿐 아니라, 지명수배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수사기관 공권력 행사의 위법 여부는 직무집행을 전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양관수씨와 그 가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1987년 9월 장의균씨가 일본 유학생 시절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와 접촉해 간첩 활동을 했다고 발표하면서 지령을 내린 인물로 양씨를 지목했다.

장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8년의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하지만 불법 구금 상태에서 강압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재심 끝에 2017년 12월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양씨는 안기부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지명수배돼 계속 일본에 머물다가 1998년에야 귀국했고, 검찰 조사 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양씨와 가족들은 장씨가 무죄를 받은 이듬해인 2018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보도자료 배포와 불법 구금이 위법하다고 인정하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도 당시 안기부의 지명수배 부분에 대해선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안기부의 지명수배는 피의자의 소재를 찾기 위한 수사 방편으로 수사기관 내부의 단순한 공조나 의사 연락에 불과하다"며 "안기부가 지명수배의 원인이 된 피의사실을 조작한 정황이 있더라도 지명수배 자체를 위법한 공권력 행사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사 발표, 보도자료 배포, 원고에 대한 지명수배는 모두 수사 절차의 일환으로 전체적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수사 발표나 보도자료 내용에 비춰 양씨에 대한 지명수배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고, 양씨는 검거를 우려해 10여 년 동안 귀국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또한 양씨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와 보도자료 배포만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 의혹 사건'에 포함하고 불법 구금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소멸시효가 만료됐다고 본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양씨에 대한 수사 발표와 보도자료 배포, 지명수배, 불법 구금 모두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 의혹 사건을 구성하는 부분인 만큼 일부만 떼어내 과거사정리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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